넷플릭스, 몰아보기 후 갈아타는 ‘메뚜기족’ 잡을까?

콘텐츠 ‘동시’ 공개에서 벗어나 순차별 에피소드 공개 시도 가입자 확보가 중요한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조짐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한 새로운 시도 연이어 추진해

2022-03-02     박세아 기자
넷플릭스가

[애틀러스리뷰=박세아 기자]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큰 인기를 누빌 때, 날을 잡아 밤새 감상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이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공개일 전 에피소드를 한 번에 공개하는 ‘몰아보기(binge-watching)’ 방식을 취한 결과다.

그런데, 최근 넷플릭스가 일부 콘텐츠를 회차별로 공개하면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새로 공개되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를 오는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나눠 공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파트5 역시 지난해 9월과 12월에 나눠 공개됐고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3주 동안 ‘피어 스트리트 파트’ 3부작이 공개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한 번에 몰아보기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끊어서 보는 방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넷플릭스가 이러한 시도를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넷플릭스, 고객 이탈에 ‘몰아보기’ 방식에 변화

사실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HBO 맥스는 코미디물 ‘앤드 저스트 라이크 댓(And Just Like That)’에서 시청자들이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만드는 주차별 공개를 채택했고, 디즈니+도 ‘로키(Loki)’, ‘팔콘과 윈터 솔져(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주에 한 개의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보는 ‘넷플릭스’가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요인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포함해 수많은 콘텐츠를 유료방송보다 상당히 저렴하게, 광고 없이 시간과 장소, 이용 단말에 관계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이 외에도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모든 에피소드를 한 번에 공개함으로써 다음 회차를 기다리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주효했는데, 이를 통해 ‘몰아보기’가 OTT 시장에서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사한 경쟁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각 OTT 업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조하면서 이용자 들이 여러 서비스에 가입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업체들이

 

즉, 이용료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은 인기 콘텐츠가 공개되었을 때 가입해서 모든 에피소드를 시청하고 바로 해지한 뒤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OTT 특성상 약정 계약 없이 가입과 해지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이른바 ‘메뚜기족(hoppers)’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팍스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미국 OTT 서비스들의 고객 해지율(churn)은 44%에 육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업체들이 광고에 기반한 무료 서비스나 저가 요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아직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는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거나 이탈율이 높아진다면 그대로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체 경쟁력과 수익성 유지 위한 시도 이어져

이러한 상황은 넷플릭스가 가입자당 매출을 늘리거나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입자당 매출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구독료 인상과 광고 또는 다른 부가서비스를 통한 추가 매출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구독료 인상은 가입자 이탈로 바로 이어질 수 있기에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넷플릭스가 요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광고의 경우에도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넷플릭스가 최근 모바일 게임을 제공하고 IP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한편, 새로운 부가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의 모든 에피소드 ‘동시’ 공개가 아닌 ‘순차적’ 공개는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몰아보기 후 해지하는 가입자를 줄이기 위한 것.

이미 넷플릭스는 이 같은 방식을 몇몇 콘텐츠에 도입했으며, 지난 해 상당한 인기를 기록했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인 ‘아케인(Arcane)’도 한 번에 3편의 에피소드씩 3주에 걸쳐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넷플릭스의

 

물론, 몰아보기를 좋아했던 이용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하루 날 잡아 보기보다 편한 시간대에 나누어 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순차적 공개는 이미 기존 TV 드라마 등에서 제공되었던 오래된 방식이기에 가입자들도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또한, 콘텐츠 공개 직후에 바로 시청하지 못하는 사람들 입장에게는 먼저 시청한 지인들에 의해 결말을 듣게 되는 스포일러를 방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어 몰입도와 기대감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가입자들의 반응을 파악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시청 데이터를 분석할 것”이라며 “이 결과에 따라 향후 제공될 콘텐츠들 중 순차공개와 동시공개 중 어느 방식을 적용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과정은 넷플릭스가 경쟁력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넷플릭스가 실시간 스트리밍 등 또 다른 형태의 시도들도 연이어 시도할 수 있을지 콘텐츠 공개 방향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