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디즈니+ 한국 상륙이 미치는 영향...(1) 서비스 성장

11월 12일, 월 1만 원의 디즈니+ 한국 공식 출시 코로나19 팬데믹 후 OTT 동영상 시청 시간 2배 증가 자체 보유 IP 기반 콘텐츠로 전 세계 마니아층 공략

2021-09-15     김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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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러스리뷰=김상일 기자] 월트 디즈니(이하 디즈니)는 11월 12일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 런칭 2주년 기념일에 한국에 진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발표된 바에 따르면 월 9,900원(연 99,000원) 요금제를 책정했으며, 디즈니 자체 스튜디오의 주요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 ‘스타(Star)’ 브랜드로 로컬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디즈니가 책정한 요금과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한 다양한 범위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 등 초반부터 대대적인 가입자 확보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로컬 OTT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019년 출시 이후 가입자 빠른 성장세

디즈니+는 지난 2019년 11월 12일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에서 런칭된 디즈니가 자체 제공하는 SVoD 방식 OTT 서비스다. 런칭 2주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2021년 8월 말 기준으로 1억 1,6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에 디즈니+는 현존하는 OTT 중에서 가장 단시일에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OTT가 됐다.

이와 관련, 디즈니+는 현재 53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1년 11월 12일 한국과 대만, 11월 16일 홍콩에 이어 연내 필리핀에서 런칭할 경우 연내 전 세계 57개국에 진출하게 된다.

OTT 시장을 주도하는 넷플릭스는 2021년 2분기 기준으로 190개국에 진출하여 2억 98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의 서비스 제공 국가가 넷플릭스 대비 1/3 정도 적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넷플릭스 가입자의 절반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출시된 국가들에서 디즈니+ 가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며, 그만큼 디즈니+가 넷플릭스보다 빠른 속도로 글로벌 OTT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즈니+는 정식 런칭 이후 2020년 3~4월 중서부 유럽 시장, 2020년 9월 북유럽 시장, 11월 남미 지역 런칭 등 크게 3차례에 걸쳐 주로 인접 국가에 연이어 진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특정 국가별 런칭이 아닌, 경제, 문화적 동질성이 높은 인접 국가에 한꺼번에 런칭하는 전략은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디즈니+ 가입자 추이를 보면, 중서부 유럽 시장 런칭 직후인 2020년 3~6월에 2,400만 명으로 가장 많은 순증 가입자가 발생했고, 남미 시장 런칭이 있었던 2020년 10월~2021년 1월 사이에 그다음으로 많은 규모인 2,120만 명의 순증 가입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OTT 업계에 큰 영향 미쳐

디즈니+ 런칭 직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초반 글로벌 시장 런칭의 주요 외부 변수로 작용했다. 디즈니는 코로나19 사태로 3월 27일로 예정되었던 디즈니+ 프랑스 런칭을 4월 7일로 연기하고, 프랑스 정부 요청에 따라 트래픽 관리를 위해 영상 전송률을 낮출 계획을 밝히는 등 일부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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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즈니+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이 훨씬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동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원격 수업 등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고 영화관이 폐쇄된 가운데, 넷플릭스 외의 새로운 SVoD 서비스를 원하는 OTT 중복 가입 수요, 영화관을 가지 못하는 영화 관람객들의 보상 수요, 갑자기 증가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려는 수요 등이 디즈니+ 가입자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OTT 업체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실제로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Nielsen)의 2020년 3월 말 기준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넷플릭스, 유튜브, 훌루(Hulu),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같은 주요 OTT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시간이 1,614억 분으로 전년 698억 분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2020년 5월 초 발표된 시장조사업체인 7Park Data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 확산 초기인 2020년 4월 미국 SVoD 시청 시간이 1월 대비 40% 증가했고, 4월 시청 시간의 1/3을 넷플릭스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는 아마존 프라임, 훌루(Hulu)에 이어 SVoD 시청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자체 경쟁력이 중요

그러나 모든 OTT 업체들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이 좋은 기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2019년 11월 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TV+(AppleTV+)’는 막대한 자금력과 iOS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의 OTT 서비스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현시점에서도 가입자 확보 규모나 화제작 측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 MZ 세대를 겨냥한 모바일 온리(Mobile-only) 숏폼 OTT를 표방하며 기대를 모았던 ‘퀴비(Quibi)’는 2020년 4월 정식 런칭 이후 반년도 지나지 않은 10월에 사업을 종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커넥티드TV를 통한 OTT 시청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했고, 오리지널 프리미엄 콘텐츠를 숏폼으로 제공하는 등 영상 시청 행태에 역행했으며, 외부 플랫폼 확장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사업적 오판들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디즈니+의 빠른 가입자 확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 것과 동시에 기존 또는 비슷한 시기에 런칭한 경쟁 SVoD와 비교해 소비자 대상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서 본원적 자체 경쟁력이 바탕이 된 것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물들은 디즈니가 자체 보유 IP를 바탕으로 영화-시리즈물을 넘나들며 세계관과 마니아층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물들이 신규 가입자 확보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된 바 없으나, 오리지널 시리즈물들이 방영되는 1~3개월간 해당 시리즈물의 인기는 디즈니+에 대한 관심과 가입 의향을 높이면서 신규 가입자 증대에 상당히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이후 런칭되는 오리지널 시리즈물 시청 의향을 높여 기존 가입자의 해지를 방어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