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틈새 SVoD 서비스 성장에 따른 분석...(2) 업체 동향
틈새 SVOD 업체, 질적-양적 성장 도모 명확한 타깃고객군 겨냥 전문성 기반 다져 글로벌 공략과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투자
[애틀러스리뷰=김상일 기자]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틈새 SVoD 업체들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인기 IP를 활용한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등 메이저 OTT 업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투자 규모나 글로벌 시장 공략 수준에서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틈새 SVoD도 메이저 SVoD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투자 강화, 가입자 증가, 신규 시장 진출이라는 전형적 사업 확장과 양적 성장을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사에서는 급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업체들에 집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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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콘텐츠로 호응 얻는 ‘큐리오시티스트림’
최근 주목할 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틈새 SVoD 사례로는 다큐멘터리 등 사실 기반의 콘텐츠(factual contents)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과 플랫폼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큐리오시티스트림(Curiosity Stream)’,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는 소니 산하 애니메이션 전문 SVoD ‘크런치롤(Crunchyroll)’, 미국 통신사업자 버라이즌(Verizon)과 마케팅 제휴를 체결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AMC+ 등을 꼽을 수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 설립자인 존 핸드릭스(John S. Hendricks)가 2015년에 출시한 큐리오시티스트림은 다큐멘터리 전문 OTT로서 과학, 역사, 수학 기술, 로봇, 자연 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3,000개 이상의 논픽션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동사는 2021년 1분기에 전년 동기 1,200만 명에서 28% 증가한 1,6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며, 2분기에는 유료 가입자 수가 2,000만 명으로 또다시 400만 명 증가했다. 2020년 8월, 동사는 특수인수합병법인(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SPAC) ‘SAG(Software Acquisition Group)’와 합병을 하고 2020년 10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상장 이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와 해외 시장 진출, 콘텐츠 강화를 위한 M&A 등 미디어 업체의 전형적인 사업 확장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2020년 6월 야생(Wildfire) 다큐 제작 전문 업체인 ‘닥라이트(Doclight)’와 제휴하여 50편의 히스토리 다큐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최근 대학교수들의 강연과 토론 영상을 제공하는 ‘원 데이 유니버시티 (One Day University)’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큐리오시티스트림은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유료방송과 제휴를 강화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으로 바로 시청자 접근이 가능한 SVoD의 특성상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유료방송과의 제휴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적극적 제휴에 나서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 강점 둔 ‘크런치롤’
큐리오시티가 팩츄얼 콘텐츠의 강자라면, 애니메이션 전문 SVoD로는 소니가 보유한 크런치롤(Crunchyroll)이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2006년 창업한 크런치롤은 2018년 AT&T 산하 워너미디어에 인수됐다. 2020년 연말 AT&T가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 서 11억 7,500만 달러에 소니 픽처스에 재매각된 바 있다.
소니 픽처스는 소니 뮤직의 자회사인 애니플렉스(Aniplex)와 설립한 합작사인 ‘퍼니메이션(Funimation)’을 통해 크런치롤을 인수했다. 크런치롤은 지난 2021년 8월 초 가입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고, 등록 이용자 수도 1억 2천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전 300만 명, 6개월 전 400만 명에서 가입자가 급증한 것이다.
크런치롤은 서비스가 출시된 2006년 직후 일본 만화 팬들을 위해 저작권이 없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서비스로 사업을 진행했으나, 2008년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나루토(Naruto)’를 시작으로 정식 라이선스를 획득한 애니메이션 콘텐츠 유통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물 제작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 말에 제공될 예정인 ‘페나: 파이레이트 프린세스(Fena: Pirate Princess)’ 같은 작품들이 동사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콘텐츠이다. 이외에도 인기 배우 조 셀다나(Zoe Saldana)가 소유하고 있는 씨네 스타 픽쳐스(Cinestar Pictures)와 공동으로 우주 모험 판타지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인 ‘다크 스타 스쿼드론(Dark Star Squadron)’을 제작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크런치롤은 2017년부터 자체 애니메이션 행사인 ‘크런치롤 엑스포(Crunchyroll Expo)’를 개최하고 있다. 첫 행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개최되었으며, 2018년부터는 산호세(San Jose)로 장소를 이동하여 개최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행사로 진행했다. 크런치롤 엑스포는 2019년 행사 기준 4만 5,000명의 참관객이 참가할 정도의 메이저 애니메이션 행사로 발전했다.
인기 콘텐츠 활용해 성장 보인 ‘AMC+’
큐리오시티스트림, 크런치롤 외에 비교적 최근에 런칭했지만, 과감한 마케팅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서비스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0년 6월에 런칭한 AMC+가 있다.
AMC+는 미국 AMC 네트워크 산하의 채널 및 제작사들이 제공하는 인기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SVoD 서비스로서, 월 8.99 달러의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가입자들은 AMC 네트워크가 제작하는 ‘워킹 데드(Walking Dead)’와 같은 인기 장수 프로그램은 물론, BBC 아메리카, IFC 선댄스TV 등 유료방송 채널, 슈더(Shudder), 선대스 나우 (Sundance Now), IFC 필름(IFC Film) 등 AMC 네트워크 산하 OTT 서비스 콘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안테나 애널리틱스(Antenna Analytics) 틈새 SVoD 서비스 분석 자료에서는 2020년 4분기에서 2021년 2분기까지 AMC+의 점유율이 각각 10%에서 13%로, 다시 14%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다른 틈새 SVoD의 점유율이 점차 정체 또는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4%P 이상 점유율이 확대된 서비스는 AMC+가 유일하다는 점을 보더라도, 런칭 직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AMC+의 인기는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Verizon)과 마케팅 제휴를 체결한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AMC 네트워크가 지난 2021년 8월 6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버라이즌과 마케팅 제휴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동사는 구체적인 AMC+ 가입자 수치나 마케팅 제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버라이즌 이동통신 및 유선 광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매우 ‘의미 있는 거래(meaningful deal)’를 체결했다고 언급했다.
AMC+는 미국을 벗어나는 글로벌 전략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동사는 유럽에 이어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에 진출한 아콘 TV(Acorn TV), 슈더(Shudder) 등 AMC 네트워크 산하의 다른 SVoD 서비스들과 같이 AMC+도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테나 애널리틱스가 시장 조사에 포함시킨 10개 틈새 SVoD 중에서 4개의 서비스가 모두 AMC 네트워크 산하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즉, AMC는 1,000만 명의 가입자를 넘어서는 메이저 OTT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AMC+, 아콘 TV, 슈더, 선댄스 나우, 올비엘케이(ALLBLK) 같은 틈새 SVoD 서비스의 ‘연합군’ 형태로 OTT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AMC는 올해 연말까지 산하 SVoD 가입자 수가 최소 9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