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각국서 사설망 구축 이어져…시장 성장에도 주목
‘30년까지 글로벌 사설망 시장 규모 640억 달러 형성 예상 독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산업 기회 모색 기회 국내에서도 5G 활성화에 사설망 사업 추진 가능성 보여
[애틀러스리뷰=정근호 기자] 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가 프랑스 툴루즈(Toulouse)에서 운영하는 공장에 사설망(private network)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설망은 LTE로 런칭되지만, 향후 5G로의 전환을 위해 올해 내내 밀리미터파(mmWave)를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 사설망은 700MHz 및 2,600MHz TDD 대역에서 작동한다. 에릭슨은 두 대역 모두에서 작동하는 코어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NB-IoT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에릭슨 스마트 제조 부문 세바스티안 엘름그렌(Sebastian Elmgren) 매니저는 ▲자동화된 독립형 모바일 로봇, ▲협업 로봇, ▲품질 검사 및 원격 교육에 이용되는 증강현실, ▲예측 유지 보수에 이용되는 자산 상태 모니터링, ▲디지털 트윈 등이 사설망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에릭슨은 제조, 항구, 공항, 광학, 에너지 산업이 사설망의 유력 시장이며, 해당 산업 업체들은 유연성을 높이라는 지속적인 압력을 받고 있는데 사설망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사설망 시장 규모 성장 예상
시장조사업체인 ABI Research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사설망 시장이 2030년까지 64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주로 중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사설망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광산/석유/가스/물류 등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 분야가 전체 사설망 시장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도 LTE 및 5G 기반의 사설망과 관련된 서비스 및 솔루션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옴디아는 RAN, 코어 네트워크 장비, 전문화된 관리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사설망 시장이 2025년 5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며, 사설망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보안, 통합, IoT 애플리케이션 등의 서비스 및 솔루션에 대한 지출 규모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7개국 6개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옴디아의 조사에서는 사설망을 구축하는 기업들의 99%는 추가적인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LTE 및 5G 사설망이 클라우드와 애플리케이션 등의 영역에서 2조 달러 규모의 기업용 서비스 생태계에서 적극 활용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설망 구축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가령, 화웨이와 캠브리지 와이어리스(Cambridge Wireless)가 영국 캠브리지 사이언스 파크에 5G 사설망을 구축하기로 했고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Verizon)은 노키아와 글로벌 5G 사설망 분야 협력을 체결했다. 에릭슨 역시 미국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 업체 크래들포인트(Cradlepoint)를 인수해 5G 사설망 사업 강화에 나섰다.
ABI의 레오 게르그스(Leo Gergs) 애널리스트는 “제조업, 물류, 석유 및 가스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자동화 및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사설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릴리스(Release) 16 버전의 5G 표준에 기업 전용 접속 기능이 추가되는 등 공급 측면에서도 사설망 확산의 긍정적 여건이 마련 중”이라고 언급했다.
각국에서 적극 추진 중인 사설망 구축
지난 4월에는 미국 버라이즌 비즈니스(Verizon Business)가 영국항만연합(ABP, Associated British Ports)과 영국 내 항구에서의 5G 사설망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계약은 지난해 10월 유럽 및 아시아 지역으로의 사업 확대를 발표한 버라이즌이 미국 외 지역에서 체결한 최초의 5G 사설망 계약이다.
이어 벨기에의 B2B 특화 통신사업자 시티메쉬(Citymesh)도 브뤼셀 공항(Brussels Airport)에 5G 사설망을 구축하고 공항 시설 검사 및 감시 목적의 드론 운용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안전 드론(safety drone)’이라고 불리는 해당 드론은 노키아 장비로 구축된 5G 사설망에 연결되어 공항 부지 보안 검사, 발생 가능한 비상 상황에서의 개별 항공기 감시, 활주로 근처 야생동물 개체군 모니터링 등 공항에서 이뤄져야 하는 여러 작업에 대한 테스트를 수행한다. 이 외에도 공항 지역에 진입하는 다른 드론을 감지하고 신고하는 기능도 테스트 된다.
또한, 대만에서는 가오슝(Kaohsiung)시가 5G AIoT 기반 스마트 시티 전환의 일환으로 HTC와 협력해 단독형(SA, Stand-Alone) 5G 사설망을 구축한다는 보도가 등장했다.
가오슝시는 이를 통해 5G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 뉴 베이 지역(Asia New Bat Area)의 가오슝 복합 경제 무역 단지(Kaohsiung Multi-functional Economic and Trade Park)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300억 NTD(신대만달러)를 투자하고 200억 NTD 수준의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가오슝시의 변화와 발전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서도 5G 사설망 사업 추진 움직임?
사설망은 독일,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여러 업체가 통신 장비 업체, 또는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각 업체가 이통사 전용망으로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자체망 구축과 운영이 더 유리하다는 요인이 반영된다.
국내의 경우 상대적으로 4G 및 5G 시장에서 자체망에 대한 주파수 개방, 구축 등의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G 활성화, 특히 밀리미터파 대역 기반 5G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5G 사설망 사업을 추진하려는 정황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네이버와 세종텔레콤 등이 이에 관심을 보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네이버가 28GHz 대역뿐 아니라 이동성과 고대역이 모두 보장되는 3.7~3.8GHz 대역 사설망 사용을 정부에 요청했다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기존 주파수 정책과 이통사들의 입장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결정되지 못할 것이며, 네이버가 해당 대역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은 네이버가 미래 사업을 위해 사설망 구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3.7~3.8GHz 대역 이용을 요청했다는 것은 이동성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사설망을 구축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을 나타낸다. 이는 자율주행이 될 수도 있으나, 이보다 더 큰 개념에서 자율주행을 포괄하는 물류 시장을 겨냥한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산업용 사물 인터넷(IIoT)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안정적인 저지연 연결 및 기업 전반의 보안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설 5G 네트워크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정보 보안에 관해서도 중요 요소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뿐 아니라 정부 및 공공 안전 부문에서도 수요가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우리나라도 산업 내 5G 도입 및 활용을 위해 사설망에 대해 고민해볼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