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음성기술 전문업체 '뉘앙스'에 197억 달러 투자한 이유는?

MS 인수 사상 역대 두 번째 규모 EMR 등 의료 분야 솔루션에서 이미 협력 관계 유지 헬스케어 산업 디지털화 원격의료 시장 발전의 전기

2021-04-28     박세아 기자

[애틀러스리뷰=박세아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음성인식 기술 전문업체 뉘앙스(Nuance)를 197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MS의 인수 사상 역대 두 번째 규모로, 2016년 링크드인(LinkedIn)을 262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최대 규모로 인수 배경과 향후 파장에 시장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MS와 뉘앙스는 의사가 환자를 면담할 때 음성 대화를 인식하여 EMR(electronic medical records)에 자동으로 입력하는 기술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업계와 언론에서는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誌는 MS가 뉘앙스를 인수할 경우 소매 및 은행 부문에 비해 뒤처져 있는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화를 가속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힘. 특히 뉘앙스와 MS의 팀즈(Teams)를 같이 이용할 경우 원격의료 시장이 큰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뉘앙스 인수와 관련해 MS의 AI 기반 음성 비서 관련 사업 경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기반 음성비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MS는 코나타(Cortana)를 통해 대응했으나, 소비자 시장에서는 참패를 기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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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알렉사(Alexa)를 선보이고 이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에코(Echo)’ 시리즈로 시장을 선점한 이후 구글도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홈’ 단말로 대응을 시작해 성공을 거뒀다. MS도 코타나를 출시하고,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공략을 시도했으나 하만카돈 외에는 협력사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모바일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없어 코타나 이용자는 늘어나지 않았던 것이 상황이었다.

결국 MS는 일반인 대상의 코타나 사업을 중단하고 경쟁력이 있는 오피스 등의 업무용 솔루션 및 윈도우 결합 등을 통해 기업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고, MS의 뉘앙스 인수는 음성인식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뉘앙스가 이미 자리를 잡은 헬스케어 시장의 공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뉘앙스는 애플 시리(Siri)에 음성인식 기술을 제공했을 정도로 해당 부문에서는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2017년부터 의사가 음성만으로 EHR 시스템에 접속해 환자 정보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드래곤 메디컬 가상비서(Dragon Medical Virtual Assistant)’를 제공 중이다. 이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기반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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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아마존이 컨슈머 시장에서의 입지를 기반으로 유력 의료기관과 협력하며 기업 대상 음성비서 사업을 강화 중이다. 또한 ‘아마존 트랜스크라이브 메디컬(Amazon Transcribe Medical)’과 같은 AWS 기반 서비스를 통해 뉘앙스가 장악한 시장에도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MS 입장에서는 이미 협력 관계인 뉘앙스를 인수하고 애저와 뉘앙스의 음성관련 솔루션간 결합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의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아마존은 물론 구글 등에 대응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MS가 뉘앙스를 인수한 것은 장기적으로 음성 솔루션과 기업 시장 겨냥 클라우드 및 응용 애플리케이션과을 결합해 B2B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려는 전략적 포석을 둔 것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MS가 헬스케어 시장만을 겨냥하고 있다면, 거액을 투자해 뉘앙스를 인수할 필요는 없다. 이미 양사가 협력 관계이며, 의사들을 겨냥한 음성비서를 개발하고 성과를 올리기 시작한 스타트업들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음성기술은 컨슈머 시장을 넘어 기업시장에서도 생산력을 높이고 효과적인 기업응대를 위한 용도로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즉, MS는 헬스케어 시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수직시장(vertical market)을 겨냥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뉘앙스를 인수한 것이며, 이 경우 굳이 컨슈머 시장에서처럼 스피커 등 단말 사업을 병행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MS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