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피커 시장,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변화 맞나

코로나19 팬데믹 계기로 스마트 스피커 이용률 향상 여전히 아마존-구글이 스마트 스피커 시장 주도

2020-04-30     김상일 기자
사회적

[애틀러스리뷰] 최근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으며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는 단말 시장도 존재한다.

바로 ‘가정(홈)’ 업계의 이야기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이동제한 조치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전보다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가정 관련 제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의 스마트 스피커는 이용률이 더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단말에 대한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마트 스피커 이용률 증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미국에서도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일상 생활이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ational Public Radio, NPR)과 에디슨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성인의 41%가 비상사태가 아니면 집에 머문다고 답했으며, 54%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또는 필요한 곳에만 간다고 응답했다. 이는 가정에서 이용하는 단말, 즉 스마트홈 기기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새로운 가정용 기기인 스마트 스피커의 이용률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뉴스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스마트 스피커를 소유한 미국 성인의 35%가 코로나19 발병 이후 더 많은 뉴스를 접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젊은 층(18~34세)의 절반은 코로나19 이후 뉴스 소비가 증가했음을 나타냈으며, 이 중 52%가 뉴스 외에도 음악이나 오디오 포맷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스마트 스피커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ABI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ABI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홈 단말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음성으로 제어 가능한 스마트홈 단말 판매량은 지난해 1억 4,100만 대를 돌파했고 올해는 1억 8,000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여기서 음성으로 조작 가능한 단말은 TV, 조명기기, 온도조절기, 스피커 등 음성비서가 탑재된 단말, 또는 해당 단말과 연동하여 조작할 수 있는 가정용 기기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ABI Research는 음성 제어 단말이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속 확산 중인 비접촉 문화에 대응할 수 있으며, 이번 사태가 오히려 스마트홈 단말과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이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analys에 따르면 2019년 스마트 스피커의 출하량은 2018년 7,800만 대에서 60% 증가한 1억 2천 1백만 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어찌보면 악재로 여겨질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오히려 시장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Omdia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1분기 북미의 스마트 스피커 및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년 대비 6% 성장했다. 동사는 코로나19의 정확한 영향력 크기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없지만, 올해 출시된 30만 대의 스마트 스피커가 팬데믹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단기 최고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물론,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 스마트 스피커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에 스마트 스피커와 디스플레이 판매량이 전년보다 더 감소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마트 스피커 시장 이끄는 아마존과 구글

전 세계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아마존과 구글이 선도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여전히 미국 최대 규모의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를 확보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서 아마존 에코가 53%, 구글 네스트 홈이 약 3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두 기업이 80% 이상을 점유해 해당 시장을 압도했다.

 

2018-2020

그러나 최근 발표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8년 아마존과 구글은 각각 71.9%와 18.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으나 2019년에는 아마존 61.1%, 구글 23.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즉, 두 기업 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마존이 스마트 스피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이후 새로운 경쟁 업체들이 등장함에 따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이 2016년 구글 홈을 출시하며 아마존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아마존이 향후에도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존재한다.

우선,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는 주장이다. 바로 2019년 아마존 신규 이용자가 600만 명에 육박했으며, 기존 고객들도 에코 단말의 유용성을 확인하고 추가로 가정용 단말을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구글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AI 스피커 전문 매체인 보이스봇(Voicebot)이 집계한 지난 2년의 데이터는 구글이 아마존보다 더 많은 신규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를 추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들은 특정 브랜드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많은 브랜드의 단말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이미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한 아마존에 비해 구글이 향후 더 많은 구매자를 기록하고, 이를 발판으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은 이를 잘 인지하고 있어 CES와 같은 전시회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NBA와 공동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자사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업체, 현지 시장 중심으로 급성장 중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주목할 또 다른 시장은 바로 중국이다. 다만, 중국의 경우 1분기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110% 증가라는 기록적인 스마트 스피커 출하량을 기록한 후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아 시장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스마트 스피커 시장 3대 업체인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연결시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Canalys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중국의 스마트 스피커 출하량은 1년 전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동사는 올해 시장의 성장 전망치를 기존의 19%에서 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중국 내 이동 제한 시행, 재택근무, 대부분의 쇼핑몰과 매장 폐쇄 등의 영향으로 수많은 업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Canalys의 Jason Low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시기에 소비자는 단기적으로 필요한 구매에 집중하고 비필수 구매는 연말까지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 스피커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 많은 소비자가 집에서 음성으로 작동시키는 스마트 기기에 대해 더 익숙해지는 기회가 생기고, 이는 결과적으로 거대한 새로운 사용자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스마트 스피커 출하량은 2020년 9.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공급망 문제 를 겪기도 했으나, 연말까자의 상황을 보면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스마트 스피커라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제품 카테고리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 스피커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음성 기반의 서비스들이 유통되는 채널로 작용할 수 있기에, 단말 판매 확대는 음성앱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