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글래스, 스마트폰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2) 최근 개발 사례 및 방향성

2020년 구글 글래스 첫 등장, 디자인/가격/프라이버시 문제 발생 기업/산업용·스포츠용·일반인 대상 타깃 다양한 AR 글래스 등장 애플과 아마존은 진입 가능한 다크호스

2020-03-12     나지영 기자

[애틀러스리뷰] 2012년 화려하게 등장했던 구글 글래스(Google glasses)는 프라이버시 문제와 어색한 디자인, 높은 가격 등으로 사실상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이를 반영해 제품 디자인과 성능 고객군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제품과 전략으로 세분화되는 양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AR 글래스는 고성능 범용 기기를 비롯해 특정 산업 고객의 니즈를 겨냥한 기업 산업용 기기, 사이클링과 같은 운동선수 또는 운동을 즐기는 일반인 대상의 스포츠용 기기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일반인을 위한 안경 형태의 디자인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AR 글래스의 접목 사례를 통해 일상용 기기로서의 발전을 시사하면서 미래 시장규모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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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리프 원, 범용 AR 글래스 대표 단말로 부상

범용 AR 글래스를 대표하는 단말들은 드림월드 AR(DreamWorld AR)의 '드림 글래스(Dream Glass'),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 매직리프(Magic Leap)의 '매직리프 원(Magic Leap One)' 등이 있다.

이 중 매직리프는 리눅스 기반의 Lumin OS를 개발해, 기존보다 낮은 전력 소비와 발열량으로 제스처 인식이나 공간 오디오 등 고성능 AR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2018년 출시한 매직리프 원은 3D 객체 시각화와 50도의 넓은 화각, 제스처 인식, 공간 오디오 등의 핵심 기술로 고사양 기능을 제공한다.

단말 자체는 허리 등에 착용하는 컴퓨팅 모듈 라이트팩(Lightpack)과 얼굴에 착용하는 헤드셋 라이트웨어(Lightwear)로 나뉘며, 각각 415g와 325g의 무게로 다소 무거운 편이다. 완충 후 최대 7.5 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AR 기술이 등장한 이후부터 해당 단말의 중심이 되었던 범용 AR 글래스는 소비자와 기업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고성능, 고사양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50도 이상의 넓은 화각과 다른 AR 기기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3D 객체 시각화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다변화의 흐름에도 AR 시장의 기술적인 면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광량이 많은 야외에서는 충분한 가시성을 제공해야 하기에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기기의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다. 이러한 요인으로 300g 이상의 무게로 착용 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기업용 글래스, 직원간 원활한 소통 및 협업에 초점

AR 글래스는 산업 현장에서도 상당히 유용한 기기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기업 및 산업용, 의료, 군사 목적 등으로 AR 글래스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비교적 명확한데 현장에서 복잡한 업무 과정을 힘들게 외울 필요가 없어져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 휴대전화나 무전기 등과는 달리 양손이 자유로워 업무의 방해 요소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반인이 착용할 경우 문제시되는 프라이버시 침해나 단말 디자인 등도 산업용 기기로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단말 가격이 높더라도 이를 넘어서는 생산성 증대나 업무 효율을 이룰 수 있다면 기업에는 가격 자체가 문제시되지 않을 수 있다.

이같은 B2B 시장에 걸맞은 기업 산업용 AR 글래스는 고성능과 다목적을 지향했던 범용 기기와는 달리, 필요 기업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안정성과 선명한 디스플레이와 같은 면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

구글의 경우 초기 모델인 익스플로러 에디션(Explorer Edition)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자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하여 2015년 소비자용 기기의 개발을 중지하고 B2B 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로 방향을 수정했다.

이 과정을 거쳐 2017년에 처음 공개된 기업형 모델인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Glass Enterprise Edition)은 칩셋 업그레이드와 카메라 성능 향상으로 AR 기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또 구글은 AR 글래스의 B2B 시장 선점을 위해 여러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으며 도입 효과가 상당함을 홍보했다. 예를 들어 농기계 제조회사 ‘AGCO’는 구글의 AR 솔루션을 활용해 생산효율이 25% 나 향상됐으며, 물류 및 유통 회사 DHL은 물류 운영 효율을 15%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헬스케어 업체인 ‘셔터헬스(Sutter Health)’는 진료 시간을 하루 평균 2시간 절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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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용 AR 글래스도 주목받아

AR 글래스에 대해 서로 다른 니즈를 갖는 시장에 맞춰 세분화된 제품이 등장하는 가운데, 스포츠용 AR 글래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전문적인 운동선수나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단말이다.

사이클링이나 스키처럼 두 손이 자유로울 수 없고, 이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단말 착용자는 AR 글래스를 통해 길 안내는 물론 속도와 운동량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다른 착용자들과 실시간으로 그룹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사이클링용 AR 글래스의 대표주자는 2018년 이스라엘 스마트 글래스 전문기업 ‘에브리사이트(EverySight)에서 출시한 '랩터(Raptor)'다. 랩터는 에브리사이트의 특허 기술인 BEAM을 이용해 제공되는 정보를 높은 휘도로 투사하기 때문에 야외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스포츠용 기기보다 화각이 넓고 카메라와 GPS가 고글에 내장돼 영상 촬영과 위치추적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다만 무게는 98g으로 스포츠용 AR 글래스 중에서는 다소 무거운 편이다. 이외에도 렌즈 전체가 화면 출력이 가능해 전방 표시 장치로 얻은 정보를 렌즈 상단 가운데에 표시해주기 때문에 좌우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실시간 길 안내, 배터리 잔량, 경사도, 거리, 중간 지점, 속도, 시간 등을 알 수 있다.

랩터가 사이클링에 특화된 AR 글래스라면 라이드온(RideOn)이 개발한 ‘AR 스키 고글(AR Ski Goggles)’ 은 스키 및 스노우보딩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특화된 AR 글래스다. 이 제품의 기본 기능은 랩터와 유사한데 GPS를 통해 위치를 파악해 착용자에게 하강 속도와 고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라이드온은 2018년 헬멧형 제품을 출시했으며 지난해에는 도요타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자동차 운전자 또는 자동차 경주 선수용으로도 시장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상용 AR 글래스, 이용 편의성 극대화에 초점 맞춰

산업기업용이나 스포츠용 같은 특수한 목적이 아닌 일상용 AR 글래스도 존재한다. 이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일상생활에서의 착용을 강조하기 때문에 일반 안경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패션 소품으로도 거부감이 없도록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일반적으로 착용하는 안경과 최대한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경량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지속시간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같은 일상용 AR 글래스는 주로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일정, 문자, 날씨, 전화 알림 등 생활 정보와 일상의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들을 적시에 제공한다. 현재 일상용 AR 글래스의 선두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업체는 지난 2019년 ‘포칼스(Focals)’라는 AR 글래스를 공개한 캐나다의 웨어러블 단말 전문업체 ‘노스(North)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제임스 헤플먼 교수는 AR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효과가 강력해지는 원인으로 직접 살펴보기 어려운 내부 기능을 보여주는 시각화, 교육 및 안내, 상호작용 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AR을 활용한 체험형 몰입 기술은 엔터테인먼트와 광고, 제조 분야를 넘어 최근에는 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형태로 활용되는 등 그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AR 체험을 통해 인간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줘 우울증을 치료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치유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에서는 AR 글래스를 활용해 자폐증을 앓는 아동에게 감정을 표현하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구글 글래스를 활용한 치료를 진행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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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아마존은 AR 단말 시장에서도 다크호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일반 이용자나 업계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수 있을 만큼의 기술 서비스 플랫폼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특정 기업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할 경우 시장선점을 하면서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업체는 초기의 실패들을 반면교사 삼아 자신들의 기술적 자산과 목표 시장에 따라 단말 형태에서 제공 서비스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조금씩 차이를 두고 발전시키면서 스스로는 물론 고객의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범용 산업용 스포츠용 일반용 등으로 세분화된 단말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각각의 자리를 잡고 통합되는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애플뿐 아니라 아마존 역시 AR 글래스의 개발을 추진 중이며 아마존은 애플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AR 글래스 시장을 이끌 대표적인 업체이다. 특히 아마존은 물류창고 등 산업 현장에서의 AR 글래스 활용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하고 이를 타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의 번들링 및 고객 고착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AR은 다른 IT 시장과 마찬가지로 단말과 플랫폼 콘텐츠 및 서비스, 네트워크가 서로 긴밀히 연계되는 시장이며 어느 특정 기업이 전체 가치사슬을 장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시장을 겨냥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언제 어떤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이를 위해 어떤 업체들과 협력 또는 경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신의 사업역량을 평가해 조속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AR 글래스가 가져올 미래는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