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 IT-의료 융합의 새로운 영역으로 급부상...(3) 해결 과제
2025년까지 연평균 20% 급성장 전망 규제 완화 등 활성화 위한 선결과제들 존재
[애틀러스리뷰] 디지털 치료제는 전통적인 약물이나 알약 형태와는 다르며, ICT 기술의 접목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이다. 이에 시장 선점을 위한 주요국의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T기업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의약업체와 협업을 진행한다면 국내 업체들도 당당히 선두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탄력적 심사절차 마련해 개발 지원…국내는 아직 허가 사례 없어
미국의 경우 2016년부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디지털 치료 산업 발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 이전부터 이미 수년에 걸쳐 IT업체와 제약 회사들이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디지털 치료제의 중요성과 시장 선점효과를 인정하여 일반적으로 10~15년 걸리는 의약품 심사 절차를 3년 안에 끝내 주겠다는 탄력적인 심사 절차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에 2017년에는 피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알코올 중독 완화 및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리셋(reSET)’이 첫 디지털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의 경우 디지털 치료제로 식약처에 허가/심사 중인 사례는 아직 없으며 가상현실(VR) 기반 뇌 손상 시야장애 치료 프로그램 ‘뉴냅스’는 식약처 확증 임상시험 계획 승인 사례로 주목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해 11월 말 ‘가상현실 플래그십 프로젝트 성과발표 심포지움’이 열린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집에서도 가상현실(VR) 체험으로 주의집중력 장애 치료를 할 수 있는 콘텐츠 시연 및 체험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행사에서는 챗봇과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와 비슷한 공간에 노출한 후 집중 훈련을 할 수 있는 ‘챗봇 공황장애/주의집중력 장애 관리 어플리케이션-토닥이’가 발표되어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VR이 정신건강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자리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시장 확대 위한 선결과제 아직 많아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만성질환 등의 질병 치료와 관리를 제공하며, 향후 새로운 시장을 개화시키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제 산업의 성공적인 안착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규제 혁신을 통한 업계 불확실성 해소와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 조정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먼저 규제기관은 기술의 특성에 맞는 ‘맞춤’ 규제체계를 마련하여 업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촉진시켜야 한다.
제약업계는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다양한 장점들을 인지해 기존 디지털 업체와의 협업이나 독립적인 진출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제는 투자수익률, R&D 방식 등 기존 신약 개발과는 체계가 확연히 달라 아직은 제약업계가 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의약품에 센서를 부착해 효능, 복약 실태 등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통해 향후 신약 R&D, 마케팅, 의료 현장 치료계획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에 장기적인 생존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업체는 디지털 치료제 등 소위 ‘의료용 기기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 임상시험 결과와 피드백을 수용해 펌웨어 업그레이드와 코드 수정 등 지속적인 개선을 해야 하며 공급자 지향적인(provider-oriented) 제품 개발을 통해 의료현장에서의 디지털 치료제 도입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치료제를 통해 수집된 다량의 데이터 중 걸러지지 않은 정보들은 오히려 진료 효율을 떨어드릴 수 있기에 제품 설계 시 의료인에게 ‘필요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 역시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이해 당사자이며, 이들은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과 수가 계산을 위해 관련 업체로부터 디지털 치료제의 차별화된 효과를 분명히 제공받아야만 한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의 효능에 따른 구체적인 비용 절감 수치가 필요할 수 있는데, 미국과 같은 사보험 체계에서는 보험기간 내에 실현 가능한 단기적 효과도 제시되어야 한다.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치료는 대체로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려 보험 적용이 어려웠으나, 최근 Omada Health사의 결과 기반 지불 체계(outcome-based payment model)와 같이 새로운 방식의 보험 적용도 시도되고 있다.
2025년까지 연평균 20% 성장 전망
여러 해결과제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가 지난 2017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2년에는 약 87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2018년 기준 17.3억 달러에서 연평균 20% 급성장하여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열 배 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에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 디지털 치료제의 우수한 비용 대비 효과성, 헬스케어 통합 및 환자 중심 치료에 대한 요구 증대 등이 있다. 즉,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보급의 확대로 디지털 치료제가 공급,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만성질환 등 기존 시스템 내에서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질병들을 전통적인 치료제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헬스케어 관련 기관들의 통합과 ‘환자 중심 케어(patient-centered care)가’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에는 아직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거나 심사 중인 사례가 없다. 사실 국내에서는 의료 및 헬스케어 시장의 IT 기술 접목에 대해서 상당한 논란과 이해당사자 간 대립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헬스케어 원격 모니터링, 환자의 상태에 따른 온라인 상담, 원격 모니터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대립이 불거진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ICT 융합에 따른 의료 시장의 변화에 대해 진통을 겪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라는 또 다른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미국 등 일부 국가는 규제 완화를 통해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이제 막 개화되는 시장으로, 어찌 보면 제약 산업에서 뒤쳐져 있는 국내 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범업계적인 관심과 투자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