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위원회, 新시대에 맞는 정책 방향 제시 권고안 발표
파괴적 혁신과 스타트업 중심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급선무
4차산업혁명위원회. 정책방향 제시 컨퍼런스 개최하고 정부에 쓴소리
[애틀러스리뷰]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산업위)가 10월 25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공개했다.
권고안에는 암호화폐, 모빌리티 정책분야에서 정부의 기존 정책 노선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주 52시간 근무를 모든 노동환경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고 암호화폐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우선 4차산업위는 주 52시간을 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경직된 법 적용에서 탈피해 다양화되는 노동형태를 포용할 수 있도록 노동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권고안에 포함했다.
또한 암호화폐 투기 열풍을 막기 위한 정부의 억제정책으로 인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암호화폐 관련 조세 및 회계 처리 방안 강구와 함께 해당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의 규제 샌드박스 진입도 적극 허용해 '선 시도 후 정비'의 규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학의 다양화와 재정 및 의사결정의 자율 강화를 통한 고등교육 개혁과 바이오 헬스, 제조, 금융,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물류, 농수산식품 등의 분야를 6대 전략 분야로 선정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
이와 관련해 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은 "정부를 포함한 특정인이나 집단이 사회를 앞에서 이끌어 가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불확실성의 증대, 글로벌 경쟁규칙의 변화로 정리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큰 변혁의 시대에는 과거 또는 기존의 규칙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들이 중심이 된 구체제의 변화가 본질
4차 산업혁명을 포함해서 어떠한 혁명이든 그 본질은 舊체제의 변화이며, 이 과정에서 기존 경계와 영역의 희미해지고 불분명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질서가 창출된다.
ICT 기술이 경계와 영역의 모호성의 기저가 되는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통신사업자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며, 방송사만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전기화와 무인화를 향해 발전하고 있는 자동차도 이제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컴퓨팅 단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과 일상의 경계, 노동자와 경영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국가 중앙은행만 발행하는 화폐만 자산으로 인정되는 시대의 종식도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책의 역할과 의미도 이제는 바뀔 시점이다.
그리고 특히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주체는 대기업도 정부도 아닌,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과 서비스, 단말을 통해 근본적인 삶의 방식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혁명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스타트업들의 일방적 희생은 지양해야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수직계열화된 대기업 또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만드는 정부 주도의 시장과 산업 형성이 아닌, 개방형 ICT 기술에 기반한 스타트업 주도 혁신이 가능한 시대가 실제로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수용을 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은 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또 하나의 사례이자 대기업 신규 투자처와 신사업 발굴에 그치는 수준으로 종료될 가능성 높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직제상 역할과 위상에 행정부의 영향과 입김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4차 산업혁명의 주체인 스타트업들과 이들의 입장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원회가 주장하는 정책 추진에 따른 갈등과 비용이 발생하며, 사회적 고려가 필요하다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혁신의 발로를 막는 방향, 혹은 혁신의 효과를 부정하는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이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이해해 달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가령, 주요 선진국들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은 인공지능(AI)이 고용을 확대할 늘릴 것인가, 줄일 것인가 여부를 두고 논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수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인한 산업 전반의 고용창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고부가가치형 인력고용 정책으로 나아가는 추세이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사회적 갈등을 두고, 대화와 논의의 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선도 측에 설명하고,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혁신 성장의 파급 효과를 무디게 만드는 쪽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겉으로는 산업혁신 혹은 혁신성장을 지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 경계와 영역의 모호함과 불확실성, 나아가서는 경계와 영역의 급진적인 ‘파괴’ 과정에서 태동되는 '혁신'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절실
기존 경계와 영역의 모호성이나 파괴는 이미 잘 갖추어진 틀에 익숙하고, 이를 중심으로 국가 경제와 사업을 운영해온 정부는 물론, 그간 국가 경제시스템을 주도해온 대기업에도 낯설고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4차 산업혁명은 정부보다는 민간, 민간 중에서도 대기업 보다는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스타트업이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이번 권고안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소위 '규범의 변화(Norm Change)'을 핵심으로 볼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먼저 혁신되어야 할 부분은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평가하면서 특정 기간 내에 원하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 정책 패러다임 그 자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