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톤, 커넥티드 실내자전거에서 이용하는 게임 출시
인프라 지원한 구글 클라우드 게임 전략...파급효과는?
[애틀러스리뷰=정근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기업이 있다. 바로 대형 스크린을 갖춘 실내자전거와 트레드밀 등 커넥티드 운동기구를 통해 원격지의 강사로부터 전문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홈트레이닝 시장을 개척한 ‘펠로톤(Peloton)’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020년에 최고의 성과를 거뒀던 펠로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체육관들이 영업을 재개하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난해부터 내부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펠로톤이 실내용 자전거로 할 수 있는 게임을 출시했는데, 이를 통해 펠로톤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펠로톤, 매출 감소-트레드밀 사고 발생에 휘청
펠로톤은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피트니스 센터들이 영업을 중단함에 따라 이용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점차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는 모습에 경영난에 처하게 됐다.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제품 생산이 늘어난 수요를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일부 고객 이탈이 발생한 점을 언급할 수 있다.
또 운동기구 관련 아동 사망 사고 등에 따른 리콜 사태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진 영향도 있다. 뿐만 아니라, 커넥티드 운동기구를 제공하는 경쟁 업체들이 등장했고 애플도 구독형 서비스 ‘피트니스+’를 발표하며 홈트레이닝 시장으로의 진출을 알렸다.
특히 근본적으로 펠로톤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주요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2021년 하반기부터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역 지침을 완화하는 중이다. 이는 펠로톤 입장에서 코로나 효과는 사라졌고 더 강력한 경쟁업체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펠로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전용 운동기구에 의존하지 않는 상품을 도입하고 웨어러블 단말 스타트업과 B2B 피트니스 장비 업체를 인수하는 등, 노력을 이어왔지만, 경영 위기를 막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펠로톤은 수요 둔화에 지난 1월 자전거와 트레드밀 생산을 일부 중단했으며, 2월 들어 전체 직원의 약 20%인 2,800명을 해고했고 기존 존 폴리(John Foley) CEO도 퇴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아마존, 나이키, 애플 등 몇몇 업체들이 펠로톤을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으며, 당시 존 폴리 CEO는 “펠로톤 주주들에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어떤 기회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때 기업 가치가 500억 달러로 평가되던 펠로톤은 인수설이 등장하기 전까지 기업가치가 80억 달러대로 폭락했다.
펠로톤의 게임화 전략…타 업체와 협력 가능성 ↑
펠로톤은 실내용 자전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레인브레이크(Lanebreak)’를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레인브레이크는 메타(Meta)의 VR 단말인 오큘러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비트세이버(Beatsaber)’, 콘솔 등에서 즐길 수 있는 ‘기타 히어로(Guitar Hero)’처럼 음악을 들으며 플레이하는 리듬 게임 장르다.
레인브레이크 게임은 일반적인 펠로톤의 운동 방식과 달리 별도의 코치가 없다. 펠로톤에 따르면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강사가 주도하는 운동을 따라 하거나 혹은 강사 없이 음악을 들으며 게임을 즐기고 운동할 수 있다. 또 이용자는 펠로톤이 제공하는 독점 음악 카탈로그 중 하나를 선택해 재생할 수 있으며, 초급/중급/고급 레벨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게임은 지난해 7월 일부 가입자를 대상으로 베타 형식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제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에서 펠로톤이 제공하는 실내자전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다만, 이용을 위해 월 39달러의 구독형 서비스인 ‘펠로톤 올-액세스 멤버십(Peloton All-Access Membership)’에 가입해야 한다.
이번 게임 출시는 이른바 ‘게임화(gamification)’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운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용률과 이용시간을 늘리기 위한 시도로 추진된 것이지만, 이미 악화된 시점에서 제공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호응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구글이 이 게임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부분에 주목할 수 있다. 지난 2월 초 구글은 클라우드 게임 ‘스타디아(Stadia)’와 관련해 고객 대상의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보다 다른 기업들에게 게임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변화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AT&T가 발표한 클라우드 게임과 펠로톤의 게임은 구글의 플랫폼을 이용한 것으로서, 이미 구글의 전략 변화가 지난해 이전부터 진행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번 펠로톤의 게임 제공은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여러 업체들이 각 사의 기존 상품들의 이용가치를 더욱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게임화’를 시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구글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기존 단말이 하드웨어 측면에서 고사양이 아니어도 클라우드 기반의 스트리밍 방식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인터넷 연결이 보장된다면 상당한 수준의 게임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펠로톤의 이번 행보는 스크린을 갖춘 다양한 IoT 단말 업체들 또는 최근 또 다른 스크린으로 부상 중인 자동차 등이 이용가치와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구글과 같은 업체와 또 다른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