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단 겸 제4 스크린 단말로 주목받는 ‘자동차’
이용자 확대 위한 기업들의 해결 과제들도 존재해
[애틀러스리뷰=김상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최근 차량용 OTT 콘텐츠 서비스 제공을 위해 CJ ENM, 티빙과 ‘차량용 OTT 콘텐츠 서비스 제휴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영화, 라이브 채널 등 다양하고 풍부한 융복합 OTT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을 실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넥티드 카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각사는 ▲OTT 서비스 탑재 위한 플랫폼 구축 ▲OTT 콘텐츠 서비스 제공 ▲플랫폼 및 콘텐츠 운영관리 ▲홍보, 공동 마케팅 및 프로모션 ▲신규 콘텐츠 서비스 제공 협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예정이다.
추교웅 현대차 전무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자사의 커넥티드 카가 고객에게 다양한 OTT 콘텐츠를 제공하고 한층 풍부하고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사용자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며 “향후 CJ ENM, 티빙과 지속적인 상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커넥티드 카 경쟁력 제고와 고객 지향적인 미래 콘텐츠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차량 대상 OTT 서비스 제공하는 업체 증가
자동차가 OTT 등 시각적 미디어 이용을 위한 제4의 스크린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 및 ICT 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자 서비스 이용 단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자동차 대상의 OTT 서비스 제공이 새로운 매출 창출을 위한 유력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테슬라는 차량이 주차되어 있을 때 내부 스크린을 통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일부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테슬라 시어터(Tesla Theater)’를 제공 중이다. 테슬라는 OTA(over-the-air) 방식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앞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온 테슬라는 새로 발표된 2021.24 버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디즈니+의 지원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운전자가 운전하는 도중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한 게임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미국 통신사업자 AT&T의 경우 ‘워너미디어 RIDE’ 서비스 제공을 위해 GM 및 도요타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AT&T는 워너미디어 라이드 서비스를 도요타와 렉서스의 일부 2020년 모델과 향후 출시될 신차를 대상으로 인카 무선랜(WiFi) 서비스와 함께 90일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트업 ‘뷰드(Vewd)’는 차량 제조사 등을 대상으로 차량용 OTT 플랫폼을 화이트라벨 형태로 공개했다.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ATSC 3.0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SKT 등과 협력해 5G 연동 방식의 인카 미디어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디즈니 등의 미디어 사업자들도 차량에서 AR 기술과 자체 콘텐츠를 활용하는 몰입형 인카 미디어 서비스를 시연한 바 있다.
아마존도 차량 대상의 OTT 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2021년 3월 파이어TV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지프(Jeep)의 2022년형 왜고니어(Wagoneer) 및 그랜드 왜고니어 SUV(Grand Wagoneer SUV)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7월에는 자사 엔터테인먼트 및 단말 부문 다니엘 라우쉬(Daniel Rausch) 책임자가 특히 5G 기반 차량 대상의 OTT 서비스 제공에 관심이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맞춤형 OTT 서비스 이용자 확보 위한 과제는?
국내에서도 버스 등 상용차에서 위성 및 지상파 방송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브로드캐스팅’ 서비스라는 특징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 커넥티드 카의 확산을 계기로 승용차로도 서비스 대상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현대차와 CJ ENM, 티빙의 MOU 체결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차량 탑승자와 동승자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맞춤형 OT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향후 서비스 개발 및 제공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 또는 이용자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서비스 제공 및 이용 방식에서 보면 안전상의 이유로 인해 대시보드의 스크린을 통해 주차 중에만 시청할 수 있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뒷좌석 탑승자가 볼 수 있는 모니터를 통해 이동 중에도 시청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여부, 또는 동승자의 모바일 단말로 미러링하여 영상을 재생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티빙 이용자는 차량에서도 무료 시청을 기대할 수 있지만, 비가입자를 대상으로 차량 전용 요금제가 제공될 수도 있다. 또한, 현대차는 서비스 프로모션을 위해 신규 차량 구매자에게는 일정 기간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향후 서비스 제공 시점이 다가올수록 기대하는 서비스 이용자 수에 따라 현대차와 CJ CNM, 티빙 사이에 수익 배분율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차량에서의 OTT 서비스 이용에 따른 이동통신 데이터 트래픽 비용이다. 현대차는 MVNO(알뜰폰) 사업자로서 커넥티드 차량에서의 데이터 이용에 따른 비용을 이통사에게 지불하고 있다. 현재 신차 구매자에게는 2년간 블루링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이후에는 1년 약정 시 월 5,500원, 무약정 시 월 11,000원을 부과 중이다.
그러나 차량에서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난다면, 블루링크에서 제공되는 원격제어, 안전보안, 차량 관리, 길 안내 등의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현대차가 이통사에 지불해야 하는 망임차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즉, 서비스 제공원가가 늘어나며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다. 현대차가 이 같은 비용을 상쇄할 충분한 가입자와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최근 지니뮤직이 밀리의 서재를 인수하고 차량 대상의 전용 서비스와 요금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것과 같이 차량 대상의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는 이미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이제 인카(in-car)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오디오를 넘어 동영상 시대로 진입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