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에 로컬 콘텐츠까지 제공?
콘텐츠 영역에서 국내 OTT-IPTV 시장 영향력 주나
[애틀러스리뷰=김상일 기자] 국내 OTT 시장 영향과 구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와 로컬 OTT 업계가 대응하는 구도를 중심으로 가입자 증가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는 11월, 디즈니+의 국내 출시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OTT 업계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와 공격적인 요금 전략으로 인해 미래 요금 경쟁 방안과 가입자 이탈 방지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 경쟁에 나선다면, 적자에 놓인 국내 OTT 업계는 더 어려워져 경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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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만 원 요금제로 출시되는 디즈니+
현재 국내 OTT 시장의 요금 구조는 SD 또는 HD 화질을 지원하며 1대 이상의 공유를 할 수 없는 월 1만 원 이하의 저가 요금제, HD 화질을 기본으로 4K 화질과 최대 4회선 동시 시청을 제공하는 월 1만 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로 나뉜다.
국내 OTT 요금제 구조가 화질과 동시 시청 수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통해 가입자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시청의 불편함을 해소하게 하는 옵션으로 업셀링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둔다.
고가 요금제를 중심으로 고화질과 동시 시청 회선 혜택이 집중되면서 이용자들이 함께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 계정을 공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친구, 지인 간 계정 공유나 모르는 사람 간 계정을 공유해 저렴한 월 비용으로 SVoD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주는 ‘피클 플러스(Pickle+)’와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디즈니+가 화질, 동시 시청 회선 차이를 두지 않고, 월 9,900원의 단일 요금제로 7명의 계정 공유와 최대 4개 기기 동시 시청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OTT 시장 요금 구조와 공유 시청 트렌드를 감안할 때, 기존 SVoD에 가입 중인 이용자들에게 디즈니+의 추가 가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명이 디즈니+ ID를 공유할 경우 이용자당 실제 지출액은 월 2,475원, 연 2천 원대 초반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콘텐츠 강조되는 디즈니+
단일 요금 정책과 신규 가입자 확대를 위한 디즈니+의 콘텐츠 전략에도 주목할 수 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 3사의 IPTV 서비스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했고 티빙, 웨이브, 왓챠, KT 시즌, U+모바일tv에도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또 디즈니는 국내에 디즈니+를 출시하면서 디즈니(Disney), 마블(Marvel), 픽사(Pixar), 스타워즈(Star Wars),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외 ABC, 20세기 텔레비전(20th Television), 20세기 스튜디오(20th Century Studios), 서치라이트 픽처스(Searchlight Pictures) 등 일반 엔터테인먼트와 로컬 콘텐츠를 ‘스타(Star)’ 브랜드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 그룹 ‘뉴(NEW)’의 콘텐츠 제작 계열사인 ‘스튜디오앤뉴’가 디즈니+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앤뉴는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무빙’ 및 ‘너와 나의 경찰수업’ 등 2편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디즈니+가 출시 초반부터 가입 부담을 낮춘 요금 정책과 로컬 콘텐츠를 강조하는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연말에 디즈니+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겨울왕국’, ‘어벤져스’, ‘심슨 가족’, ‘토이 스토리’ 등 기존 디즈니 콘텐츠에 대한 인기와 더불어 국내에 두터운 디즈니 콘텐츠 팬층이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더 만달로리안’, ‘완다비전’, ‘로키’ 등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르별 가입자 측면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성인 콘텐츠보다 중복 시청 빈도가 높은 키즈 콘텐츠의 경우,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디즈니+에 대한 신규 가입 및 유지 의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여진다.
디즈니+, 국내 OTT 시장 변화 도모 가능성
최근 로컬 OTT 업체들도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물론, 디즈니처럼 자체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포맷으로 제약 없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인기를 끌 가능성도 있으나, 글로벌 OTT 업체들의 공급 속도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또한, 국내 OTT 업체들의 특정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를 끌게 되더라도 해당 콘텐츠만 시청하고 해지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가 증가하는 등, 가입자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로컬 OTT 업계도 글로벌 OTT 콘텐츠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급할 역량이 있는 업체 중심으로 구도가 변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하고 있는 웨이브와 자체 제작 역량을 갖춘 CJ E&M의 티빙 등이 신작 오리지널 콘텐츠로 디즈니+에 대응해 볼 수 있다.
국내 제작사 입장에서 디즈니+ 출시와 로컬 콘텐츠 투자가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IP와 해외 판권을 가져가는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의 향후 전략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디즈니+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인기와 경쟁력이 확인된다면 넷플릭스와 디즈니+ 간 국내 콘텐츠 제작사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가 유료방송 시장에 주는 영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디즈니+는 다양한 커넥티드 디바이스, 스마트TV 앱이나 미러링을 통해 TV에서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IPTV 가입자 이동을 이끌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디즈니+ 단독 제공은 기존 가입자 만족도 개선, 약정 만료 고객 혹은 유료방송 업체 변경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IPTV 서비스 사업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