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업 전략 변화 추진…중요한 전환점 될 것
콘텐츠 제작 인프라 및 사업 다각화 시도 본격화
[애틀러스리뷰=김상일 기자] OTT 서비스는 TV 프로그램 혹은 영화를 유료 방송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최근 TV,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오리지널 대작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으며 주력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중복 가입 사용자가 늘면서 이용료 부담, 주요 업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 가입자 유입 효과도 분산됐다. 이에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은 물론, 경쟁 속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해졌다. 본지는 OTT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애플의 미래 경쟁사 대응 전략에 대해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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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이용권 혜택보다 가입자 유지 중요
애플 TV+의 콘텐츠 확보와 유통 전략 변화는 애플의 OTT 사업이 중요한 전환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애플이 자사 단말 구매자에게 제공했던 1년 무료체험 기간을 3개월로 감축한다고 발표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은 2019년 9월 이후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 애플 TV 등과 같은 단말 구매자에게 애플 TV+의 1년 무료 구독권을 제공했으며, 지난해 10월, 이 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2019년 11월부터 애플 TV+를 이용한 애플 단말 구매자는 20개월 이상을 비용 청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며 해지 방어에 유리하나, 양질의 콘텐츠 부재로 인해 많은 가입자가 서비스를 해지할 수 있다.
지난 1월 미국 미디어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던슨(MoffettNathanson)’과 해리스엑스(HarrisX)가 실시한 미국 OTT 서비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애플 TV+의 무료 가입자 비중은 62%를 기록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과 제휴 중인 디즈니+의 무료 가입자 비중은 16%, AT&T의 통신 서비스 가입자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HBO Max의 경우 무용 가입자 비중은 26% 수준이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애플 TV+는 경쟁 서비스 대비 무료 가입자 비중이 3~4배가량 높은 것이다.
특히 본 조사에서 재가입 의사가 있는 비중은 애플 TV+ 가입자의 30%에 불과했으며, 41%가 미정, 29%는 재가입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디즈니+는 가입자의 48%가 재가입할 예정이며, 33%가 미정, 19%가 재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모펫네이던슨 측은 “애플 TV+ 가입자의 18%가 프로모션 종료 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디즈니와 워너미디어가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애플이 무료 사용자의 유료 상품 전환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올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기반의 글로벌 가입자 유치, 극장-OTT 영화 신작 동시 개봉, AVoD-SVoD 하이브리드 모델 시도 등과 같은 전략을 펼치는 경쟁사들에 비해 애플은 가입자 대상 유료 미디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애플 단말 구매자들이 OTT 서비스 가입자가 된다는 점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가입자 확보의 필요성을 낮췄고 가입자 해지 방어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즉, 하드웨어 번들링이 애플 TV+에게는 콘텐츠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팍스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는 “무료 가입자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애플 TV+ 사업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며 “프로모션 및 무료 혜택이 전체 가입자 규모 확대에 유용하지만 이를 종료할 시 콘텐츠와 서비스를 희망하는 진짜 고객과 무료 이용권을 이용한 고객이 확실히 구분된다”고 지적했다.
애플, 다양한 사업자산 활용한 전략 기대
애플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 애플 TV+ 무료 제공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단말 구매자의 혜택 역시 기존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애플이 일시적인 고객보다 ‘진짜’ 가입자를 중심으로 콘텐츠 경쟁에 동참할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자체 콘텐츠 제작 시설, 인력 등 콘텐츠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적극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나, 경쟁을 위해 타 업체에 대응할 만한 기본 콘텐츠 규모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콘텐츠 데이터 플랫폼 ‘릴굿(Reelgood)’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1천 개 이상의 구매 또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훌루도 TV로 방영돼 인지도 있는 수 천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약 87개의 오리지널 TV 쇼, 영화 및 다큐멘터리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지널 콘텐츠 판권 확보, 독점 중계권 등에 나서지만, 여전히 경쟁 업체들보다 콘텐츠 규모가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은 SVoD 시장 규모가 정체되고 AVoD에 주목하는 변화를 가져다 왔다. 해당 시장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2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도 1분기의 1/10 수준인 154만 명으로 감소했다.
이에 앞서 올해 1월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넷플릭스, 아마존의 올해 가입자 증가세가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무를 것이며 애플 TV+가 번들링 혜택 종료와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으로 약 800만 명의 가입자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제 OTT 시장은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로 가입자를 확장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게임 사업 진출을 시도하는 등, 사업 다각화 및 고객 확보를 위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
SVoD 중심 OTT 측면에서 보면, 애플은 불리한 상황이지만, 음악, 팟캐스트, 게임 등 최근 OTT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 영역으로 주목하는 인접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사업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애플은 경쟁사와 같이 대작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집중하지 않고 AR 콘텐츠 등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애플의 콘텐츠 투자 및 개방성 확대 전략은 구독형 콘텐츠 강화와 스마트홈 및 하드웨어 단말에서 서비스 업체로의 전환을 위한 고객 접점 확대와 고착화를 위해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