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도 진입
신규 BM 경쟁과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주목
[애틀러스리뷰=박세아 기자] 전기차 충전 시장 성장 가능성과 경쟁 심화 조짐은 다양한 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였거나 진입할 준비를 하는 행보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와 관련, 전 세계 각국에서 3~4개 업체가 대규모 설비와 자본 투자를 통해서 원유 수입과 정유, 주유소 운영 등을 수직 계열화하는 석유 산업과 달리, 전기차 충전 사업은 아직까지 특정 업체가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전기차 충전 시장 초반 주도권을 확보하는 업체가 향후 수익 창출과 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되고,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충전 시장, 장기적으로는 전기차를 포함해 전력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미래의 모빌리티 및 스마트 그리드 생태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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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전기차 제조사로서, 이들은 자사 차량 구매자들의 불편 사항을 줄여주고 경쟁사 대비 차별화를 이룬다는 목적 하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다.
두 번째 업체들은 기존의 에너지 업체들이다. 여기에는 내연기관차들을 대상으로 연료를 제공했던 기존의 정유 및 주유소 업체는 물론, 전력 업체들도 포함된다. 정유 및 주유소 업체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생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사업구조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전략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전력 업체들의 경우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독립계 사업자들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만을 추진하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려는 통신 사업자, 그리고 ‘주차 공간’을 보유한 유통업체 등이 해당된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는 특히 테슬라가 충전 인프라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동사는 고속도로 위주로 ‘슈퍼차저(Super Charger)’ 급속 충전기와 공원, 쇼핑몰, 주차장 등에 ‘데스티네이션 차징(Destination Charging)’ 완속 충전기를 구축해 놓고 있으며, 가정용으로 월 커넥터(Wall Connector)를 제공하는 등 퍼블릭/프라이빗 충전 인프라를 모두 제공 중이다. 사실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는 단순히 전기차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며,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33개의 슈퍼차저 충전소를 운영 중인데, 올해 중 27개 충전소를 추가하여 슈퍼차저 충전소를 총 60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는 2020년 동사의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86.7% 증가한 1만 1,826대를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 테슬라 차량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최대 경쟁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도 2021년 3월 중순 ‘파워데이(Power Day)’ 행사를 개최하고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 분야 관련 전략과 로드맵을 발표했다. 금년 중 동사 최초 순수 전기 SUV 모델인 ID.4를 출시할 예정인 폭스바겐이 테슬라와의 본격 경쟁을 앞두고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와 유사한 자체 행사를 개최하면서 배터리와 고속 충전 분야에서도 테슬라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차량 제조사들도 제휴 방식을 통한 충전 인프라 구축 확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SK네트웍스와 협력해 350㎾급 고출력/고효율 충전기 ‘하이차저(Hi Charger)’ 8기가 설치된 ‘길동 채움’ 전기차 전용 충전소를 2021년 1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데 이어, 금년 중 고속도로 및 도심 거점 20개소에 총 120대의 ‘하이차저’를 설치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과 주요 도심 8곳에 초급속충전기(350㎾급) 총 120기를 구축하는 등 타 업체와의 협력 외에 독자적인 충전소 확충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국내 2위권 충전 사업자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전국에 약 500기의 급속충전기를 포함해 완속충전기까지 합쳐 약 4,000기의 충전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최근 에너지 기업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진출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와 협력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기차 충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영국 기반의 글로벌 석유 회사인 로얄 더치 쉘(Royal Dutch Shell, 이하 쉘)로서, 동사는 지난 2월 새로운 사업 전략을 공개하면서 2025년까지 전세계 50만 대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여 세계 최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로 부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지역 전력회사들이 협력하여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2021년 3월 초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merican Electric Power),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 듀크 에너지(Duke Energy), 에너지 코퍼레이션(Entergy Corporation), 서던코(Southern Co.), 테네시 밸리 오써리티(Tennessee Valley Authority) 등 6개 전력회사가 ‘일렉트릭하이웨이연합(Electric Highway Coalition)’으로 명명된 협력체를 결성하여, 텍사스 서부와 멕시코만을 거쳐 동부 해안에 이르는 남동부 지역 전기차 충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특히 현재 전기차 충전 시장의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에 이를 노린 다수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과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에 다른 분야의 수익 모델을 접목시키거나, 기존 충전 인프라의 문제점 해소에 초점을 맞춘 차별적 서비스 모델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에 1억 2,500만 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 미국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업체인 볼타(Volta)는 광고 기반의 충전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동사의 충전기에서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공되는 광고를 보는 대가로 전기차 차주들이 자신의 차량을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데, 충전 비용은 소매 업체(retailer)와 소비재(consumer goods) 업체 등 자사 제품 광고를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노출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지불한다. 현재 볼타는 식료품점, 약국, 은행, 병원 주차장 등을 중심으로 미국 23개주 200개 도시에 5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충전기를 구축했다.
2018년 설립된 전기차 무료 고속 충전 네트워크 스타트업인 호주의 졸트 차지(Jolt Charge) 역시 유사한 모델을 시도 중이다. 지난 2020년 12월 무료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개발 및 시험 프로젝트를 위해 호주 재생에너지청(ARENA)으로부터 98만 3,776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이다. 동사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호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도인 애들레이드(Adelaide)에 21개의 전기차 고속 충전소를 설치하고, 광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기차 충전 BM 가능성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구독형 충전 모델, 공유형 모델 뿐만 아니라, 배터리 교체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으며, 2017년 설립된 미국 모바일 전기차 충전 서비스 업체인 스파크차지(Sparkcharge)는 전기차가 충전소를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차량을 찾아가는 자동차 보험사와 같이 전기차가 위치하고 있는 장소로 모바일 충전기를 가지고 가서 충전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향후 보다 다양한 전기차 충전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주류가 될지 현재로는 불확실하나 분명한 것은 충전 장소 확대와 충전 시간 절감이라는 일종의 양적 확대 단계를 거쳐 향후 ‘끊임 없는(seamless) 충전 경험 제공’이라는 질적 확대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며, 전기차 및 충전 시장 확대에 따른 다양한 충전 사업 모델 도입이 또 다른 사업 기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