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어 자체가 유명 연예인 이름…이용 거부감 줄어들 수도
기업 브랜드명을 호출어로…마케팅 측면에서 활용 가능성도
[애틀러스리뷰=박세아 기자] 2019년 9월, 아마존은 음성비서 알렉사에 인기 배우 사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의 목소리를 활용한 기능을 선보였다. 바로 알렉사 이용자가 날씨 등을 물어볼 때 사무엘 잭슨 목소리로 답변하는 99센트의 유료 알렉사 스킬을 발표한 것이었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호출어(wake word) 자체를 해당 배우의 이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무엘 잭슨 목소리로 3만여 개 구절 제공 가능
현재까지 해당 스킬을 설치한 이용자들은 ‘알렉사, 사무엘에게 날씨를 물어봐(Alexa, ask Samuel L. Jackson for the weather)’와 같은 형태로 질문을 해야 했지만, 이제 호출어인 ‘헤이, 사무엘(Hey, Samuel)’로 알렉사를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 사무엘 잭슨 스킬의 경우 실제 배우의 목소리로는 적은 수의 단어만을 녹음하고 인공지능에 의존했기에 해당 스킬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질문이 한정적이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잭슨 특유의 욕설을 포함한 약 3만 개의 구절이 제공된다.
예를 들어 날씨를 물었을 때, 잭슨의 목소리로 “저 뜨거운 가스공과 불을 봐! 아니 사실은 쳐다보지 마(Look at that hot ball of gas and fire! No, don’t actually look)”와 같은 농담으로 답변하는 형태다.
한편, 미국 IT 전문 매체 CNET誌는 아마존의 호출어 변경은 최근 아마존이 추진하고 있는 ‘음성 상호호환성 이니셔티브(Voice Interoperability Initiative)’를 위한 개념증명(proof of concept)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한 제조사의 제품에서 여러 업체의 음성비서를 탑재해 작동시킬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현재 페이스북, 가민(Garmin), 에코비(Ecobee)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음성 상호호환성 이니셔티브 등 새로운 도전 추진
음성비서를 통해 제공되는 목소리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합성 및 조합 기술에 의해 제공된다. 특히 이용자들에게 친숙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인기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목소리를 활용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아마존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호출어 자체를 유명 연예인 이름으로 변경하는 시도를 했다. 물론, 아마존은 이미 ‘알렉사’ 외에도 ‘아마존’, ‘에코(Echo)’, ‘컴퓨터’와 같은 단어로 호출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람의 이름 자체를 호출어로 이용하고, 해당 인물의 목소리로 알렉사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 계기로 이용자들이 보다 많은 친숙함과 호기심을 느끼고, 알렉사 이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면서 이용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이러한 시도는 지난해 9월 자사가 주도해 설립한 음성 상호호환성 이니셔티브를 위한 것일 수 있다. 이는 하나의 기기에서 호출어에 따라 여러 음성비서를 작동하게 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여러 기기를 보유할 필요를 없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출범 당시 이니셔티브에는 바이두, BMW, 보스, Cerence, Ecobee, 하만, 로지텍,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소노스, 스포티파이(Spotify) 등의 기기 및 서비스 업체를 비롯해 Free, Orange, SFR 및 Verizon 등 통신사, Amlogic, InnoMedia, 인텔, 미디어텍 등 하드웨어 솔루션 업체 및 시스템 통합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니셔티브 참여 업체들은 음성 비서가 탑재된 상품 개발, 자체적인 음성 비서 서비스 개발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음성 비서 서비스와 seamless하게 호환되는 AI 음성 비서 서비스의 개발, 소비자의 개인정보 및 보안성의 확보, 다양한 호출어로 작동 가능한 음성 작동 기기의 개발 및 하나의 기기에 다양한 음성 서비스 탑재, 음성 비서 서비스의 범위와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머신러닝 및 대화형 AI 연구 등 4개의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협력한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음성비서 목소리 활용 예상
아마존에 따르면 현재 해당 이니셔티브에는 ICT 기술 및 솔루션 업체, 단말 제조사, 자동차 제조사, 페이스북 같은 IT 업체, 통신사업자 등 77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참여하고 있지만, 음성비서 시장에서 아마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은 물론, 애플과 삼성전자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음성비서의 목소리 자체를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선보인 KFC의 음성 앱에서는 KFC 광고를 통해 이미 소비자들이 친숙해진 목소리를 제공했다.
이는 아마존의 음성합성 기술인 ‘아마존 폴리’를 활용한 것이나, 이 경우 특정 알렉사 스킬에서만 해당 목소리가 제공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호출어를 변경하는 시도에서도 마케팅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음성 앱을 제공하는 특정 브랜드는 아마존과 협력해 자사의 브랜드명 자체를 호출어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헤이 KFC, 햄버거 배달해줘’와 같이 ‘알렉사’라는 호출어를 생략하고 바로 주문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관련 생태계가 점차 확장 중인 음성비서 시장에서 아마존은 ‘음성’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의 이러한 노력은 시장선점에 성공한 현재 입지를 견고히 다질 뿐 아니라, 수익성을 더 높이기 위한 다방면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