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차별화할 지문인식센서와 카메라 기술 개발에 박차
IoT와 자동차 등 신규 영역으로도 사업 확대 시도
[애틀러스리뷰=박세아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업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 중인 가운데, 중국의 화웨이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루머가 등장했다. 미국 장비나 부품의 이용 없이 자체 개발한 칩을 직접 제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최신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단순히 계획을 세워보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칩 생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일부 칩은 연말까지 생산 준비가 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로부터 칩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웨이가 실제로 복잡한 기술 및 여러 작업 공정을 거쳐야 하는 칩 생산에 나설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4월 이후 미국의 추가 제재 속에도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굴하는 등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나서고 있는 화웨이의 동향에 대해 조명했다.
◆디스플레이 내장형 전면카메라와 인식영역 늘린 지문 센서 개발 추진
먼저, 화웨이가 자체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 스크린 지문 스캐너(all-screen fingerprint scanner)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nder-display camera)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에 따르면 화웨이가 개발 중인 해당 스마트폰은 전면 스크린의 일부 영역에서만 지문이 인식되는 최근의 주요 스마트폰과 달리 전면 스크린 전체에서 스마트폰 잠금 해제에 사용 가능한 지문 스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사실 화웨이 외의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스크린 전체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지문 스캐닝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지점에 하나의 생체 인식 센서를 탑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올 스크린 지문 인식을 위해 여러 개의 생체 인식 센서를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직 전체 화면을 통해 지문 인식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화웨이는 올 스크린 지문 인식에 필요한 센서 비용을 줄여 이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화웨이뿐만 아니라 올해 다양한 제조사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모델들을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ZTE는 해당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 ‘Axon 20 5G’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키아 9.3 퓨어뷰(Nokia 9.3 PureView) 같은 모델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된다는 루머가 등장하는 등, 오는 2021년까지 디스플레이 내장형 전면 카메라 채택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구글 서비스 탑재가 불가능해지고 TSMC로부터 칩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는 등 스마트폰 사업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스마트폰 플랫폼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구글의 대안을 마련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스마트카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및 제휴 확대
최근에는 스마트폰 외에 스마트카 사업에 투자 중인 화웨이가 비용효율적인 자체 라이다(LiDAR) 센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현지 업계들은 사업 구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화웨이가 자동차 부품의 R&D, 생산, 판매, 서비스 분야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화웨이의 왕준(Wang Jun) 자동차 부문장은 “향후 라이다 센서 판매가를 100달러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라며 “자사의 우한 광전자기술연구개발센터는 짧은 기간 내에 저렴한 라이다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라이더 센서의 평균 가격은 400~500달러대 수준인데, 만일 화웨이가 100달러대의 심뢰성 높은 제품을 개발한다면 스마트카 시장에서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라이다 센서는 펄스 레이저(pulse laser)를 이용해 특정 표적으로부터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자동차가 자신의 주변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에서 라이다 센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테슬라와 같이 라이다 솔루션을 이용하지 않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인 업체들도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여전히 라이다 기술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한편,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지만, 통신과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성 기반으로 여러 자동차 업체에 비용 효율적인 부품 및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화웨이는 ‘차량의 자율 운전 방법 및 단말 장치’, ‘스마트카의 주행 방향 제어 방법 및 장치’, ‘신호등 인식 방법과 시스템’ 등 다수의 자동차 분야 특허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BYD나 베이징자동차 등 중국 현지의 자동차 업체들에게 차량용 5G 모뎀을 제공하는 등 제휴 확대에 주력하는 중이다.
◆스마트 글래스와 화웨이 카드 등 새로운 사업영역 확장도 시도
화웨이는 2019년 3월 국내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와 협력해 첫 스마트 글래스 ’아이웨어(Eyewear)’를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지난 8월 19일 신규 노트북인 메이트북 출시 행사에서 양사의 협력해 개발한 새로운 스마트 글래스 ‘아이웨어 2(Eyewear 2)’를 공개했다. 이전 버전과 동일한 기술이 적용된 해당 제품은 새로운 디자인과 새로운 휴대용 케이스가 함께 제공된다.
아이웨어2 프레임은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됐으며 개폐 범위는 12도다. 안경다리(temple)는 스테레오 사운드 효과를 제공하기 위해 양쪽에 맞춤형 128mm² 진동판의 스피커가 탑재됐다. 이와 관련해 화웨이는 스마트 글래스 착용자만 오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12dB의 최대 출력을 지원한다고 언급했다.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로 터치 제스처로 음악 재생 및 전화 수신/거절, 음성 어시스턴트와의 연결을 할 수 있으며, 직사각형 크기의 충전 케이스는 LED 표시와 USB Type-C 포트의 배치가 중앙으로 이동됐다. 새로운 아이웨어 제품은 SMART MYMA, SMART VERONA, SMART ALIO, SMART CATTA 등 4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되며, 9월 1일부터 중국에서 선주문이 가능하다.
이밖에 화웨이는 지난 4월 중국 현지 행사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P40 라인업과 함께 유니온 페이 표준을 사용하는 ‘화웨이 카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 테크 전문 매체 ‘cntechpost’에 따르면, 화웨이가 공식 포럼에서 9월 3일 디지털 신용카드 ‘화웨이 카드’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화웨이는 칩셋부터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은 물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실제로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불확실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점에서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축적된 경쟁력은 향후 미국의 제재 조치가 종료된다면 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더 주목해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