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 소셜 로봇 66종 이상 활용
日 다양한 산업군에서 로봇 개발과 도입 증가 추세
[애틀러스리뷰=박세아 기자] 최근 스페인의 베르셀로나 자치대학과 폼페우 파브라대학 연구진이 코로나19 기간 35개국 195건의 소셜(Social) 로봇 적용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소셜 로봇 66종 이상이 병원, 보건소, 공항 등의 시설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사실 소셜 로봇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왔다. 최근 수년간 CES 등의 가전전시회에서도 가족들과 소통이 가능한 가정용 소셜 로봇을 비롯해 상품 배송 특화 로봇들이 다수 등장하며 물류 및 커머스 업계에서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과 교감하며 상호 작용하는 ‘소셜 로봇’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전보다 빠른 속도로 다양한 영역에서 도입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로봇의 역할과 그간 로봇 개발에 앞장서 온 일본의 사례에 집중 조명했다.
◆일본 물류-제조업계, 코로나19 영향으로 로봇 도입 본격화
로봇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이전부터 매우 높았다. 우선,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동인구 비율 감소에 따른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려왔다. 물류 시설의 경우 인력이 필요한 영역이 많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19년 일본 트럭 협회(Japan Truck Association)가 조사한 결과에서 일본 내 운전자 수에 대해 기업의 85%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시도 했다. 이에 제조업 및 물류업체들의 자동화 시스템 도입 시도의 일환으로 로봇 개발에 더 주력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 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소매점, 창고 및 운송업체는 코로나19 사태에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로봇 도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의 물류 관리 솔루션 제공업체인 ‘Hacobu’는 지난 5월 상용차 제조업체인 히노 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운전자 부족 문제 해결에 나섰다. 바로 Hacobu의 디지털 물류 정보 플랫폼인 ‘MOVO’와 히노 트럭 GPS 위치 정보를 통합함으로써 수집한 위치 정보를 축적하고 물류의 최적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양사는 향후 각종 제조업, 건설업, 유통업에서의 플랫폼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부품업체 ‘츠바키모토 체인(Tsubakimoto Chain Co.)’은 무인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업계가 외출 자제 등에 따른 전자상거래 수요 증가로 제조업의 자동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일본 호텔 등에 자체 소셜로봇 '페퍼'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소독, 온도 측정, 음식 배달 등을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한 가운데, 소프트뱅크(Softbank)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는 이미 일본 내 호텔과 일부 매장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14년 6월 처음 공개된 페퍼는 얼굴과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로봇으로 ‘소셜 로봇’답게 인간의 상호작용에 최적화되어 대화와 터치스크린으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 페퍼는 전 세계 2,000개 이상의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새로운 고객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일본 호텔에 투입된 페퍼는 호텔에 입장하는 손님들을 인사하며 맞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해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도입 사례도 존재한다. 일본 프로 야구의 경우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된 끝에 감염자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이때 야구장에 페퍼를 등장 시켜 팬 역할을 대체하는 사례가 등장하는 등 스포츠 업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소프트뱅크의 청소 로봇 ‘Whiz’도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페퍼와 함께 일본 호텔에 적용됐다. 이 로봇은 AI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사람, 유리 벽, 절벽 및 기타 위험 요소를 피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경로를 파악할 수도 있어 새로운 지역에서 처음 사용할 시에도 편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페퍼 도입은 일본 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독일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점 ‘Edeka’가 페퍼를 코로나19 안전 대책에 포함해 도입하기 시작했다. 가령, 페퍼가 Edeka 매장의 고객에게 적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로봇 통한 새로운 생활 방식 제시
물류/배송, 안전 관리 측면에서의 로봇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변화를 이끈 흥미로운 로봇들도 눈에 띈다. 일본의 로보틱스 서비스 제공업체인 ‘Qbit Robotics’는 고객과 상호 작용하고 커피 제공, 칵테일 제조, 간단한 인스턴트 컵을 제공하는 봇 바텐더를 선보였다.
동사의 나카노 히로야(Hiroya Nakano) 사장은 “인간의 상호 작용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로봇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비접촉 또는 자동화라는 아이디어가 특히 중요해졌고 로봇이 그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로봇이 단순히 사람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편의점 ‘패밀리마트(FamilyMart)’가 지난 6월 도쿄 소재의 로보틱스 스타트업 ‘Telexistence’와 로봇 원격 기술을 기반으로 한 편의점 체인 매장 운영 플랫폼 개발을 위한 협력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Telexistence의 로봇 및 로봇 운용 관리 시스템(Augmented Workforce Platform, AWP)을 활용해 공정수가 많은 상품 검열/진열 업무를 원격 조작 및 자동화하는 것으로, 물리적인 매장 입지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직원을 채용하거나 적은 인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성인화(省人化)가 가능한 그간 없었던 새로운 매장 오퍼레이션 기반을 개발하는 것이다.
양사는 협력의 첫 단계로 올해 여름 도내 패밀리마트 매장에 상품 진열 업무 등을 수행할 로봇 및 AWP를 도입, 다양한 검증을 통해 2022년까지 최대 20개 점포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처럼 로봇 역할에 대해 다시 되짚는 계기가 됐으며, 새로운 미래 모습을 제안한다. 현재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이 우리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우리 역시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새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