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단말 및 장비 업체에게는 새로운 기회 될 수도
[애틀러스리뷰] 뉴욕 연방법원의 판결로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은 맞지만, 아직까지 최종 완료된 것은 아니다.
2월 중순 파이낸셜타임즈(FT)를 인용한 외신들의 보도에 의하면, T-모바일의 모기업인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이하 DT)이 스프린트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스프린트의 모기업인 소프트뱅크(Softbank)에 스프린트의 인수가격 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DT가 스프린트 모기업인 소프트뱅크에 2년 전 합의했던 스프린트 인수가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뉴욕 연방법원의 판결로 인해 더 이상 외부 변수로 인한 합병 무산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난 2년간 스프린트의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말로 기존 계약의 유효 기일이 종료된 만큼, DT가 요구한 인수가격 인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T-모바일은 스프린트 인수를 포기할 수 있는 옵션도 이미 갖고 있다는 점에서, DT의 인수가격 인하 요구가 합병의 최종 완료를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어떤 결론으로 마무리되든 간에, T-모바일이라는 하위 사업자 주도하에 시장 경쟁 구도의 변화가 발생하고, 시장 구도 재편까지 진행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양사의 합병은 미국 내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이기에 어찌 보면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합병이 진행되었던 과정과 그 기간 동안의 경쟁구도 변화, 그리고 이를 둘러싼 관련 업체들의 행보와 향후 전략은 통신 시장 경쟁과 혁신 관점에서 몇 가지 국내 시사점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경쟁의 룰' 자체를 변화시켜 시장구도 재편에 성공
우선, 앞서 지적했던 바와 같이 T-모바일이 만년 4위 이통사로 머물다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성과를 높이고 3위 스프린트를 제친 후 인수했다는 점이다.
통신시장은 전통적으로 M&A를 제외하면 순위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후발 사업자들이 선발 사업자들을 따라잡고 추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T-모바일은 ‘언캐리어(Uncarrier)’라는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이통사들에게 새로운 경쟁양식을 제시할 정도로 혁신에 성공했다. 통신 시장에서도 기존 경쟁양식을 뒤흔드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유선-미디어 부문의 취약점 극복 방안은 더 지켜봐야
두 번째로, 향후 T-모바일이 Verizon 및 AT&T와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Verizon이나 AT&T와 달리 T-모바일은 이동통신 이외의 자산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향후 중요한 사업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Verizon과 AT&T는 무선뿐만 아니라 유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디어 사업, IoT,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업을 확대해 왔다.
물론, 모바일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이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자산이나 서비스가 없다면 향후의 융합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으며, 이 부분에서 통합 T-모바일은 선발사업자에 비해 매우 취약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통합된 T-모바일이 향후 현재의 부족한 점을 어떤 방식으로 보완해 나가면서, Verizon 및 AT&T와의 경쟁에 대응해 나갈 것인지 관련 동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워너미디어와 HBO를 보유한 AT&T, 디즈니와 Disney+ 1년 독점 계약을 체결한 Verizon에 대응하여, 통합 T-모바일이 어떤 OTT 전략으로 선발 사업자에 대응하는지가 합병 이후 시장의 주요 이슈이자 경쟁 양상 변화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T-모바일은 이미 케이블 사업자 Layer3를 인수한 바 있으며, 새로운 언캐리어 전략으로 미디어 부문과 관련된 것을 추진할 것이라는 루머가 존재했기 때문에, 향후 OTT와 미디어 분야에서 어떤 혁신적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새롭게 무선사업에 진입하는 위성방송사 Dish의 행보도 주목된다. 비록 양사가 부인했지만, Dish가 구글과 협력해 새로운 이통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Dish가 T-모바일의 언캐리어 전략 못지않는 새로운 혁신 전략을 추진할 것인지, 누구와 어떤 협력을 통해 빅3에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국내 단말 및 장비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 될 수도
마지막으로,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이 같은 변화는 단말 및 장비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T-모바일의 경우 합병 조건에 따라 더욱 공격적으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밖에 없으며, Dish도 T-모바일의 망을 임차해 이용하는 것뿐 아니라 자체적인 5G 등의 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
즉,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후발 주자들이 더욱 공격적인 망투자에 나서는 상황이 되며, 선발사업자들도 이에 대응해 망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미국 이통사간 경쟁은 결국 가입자 확보전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를 위해 이동통신 상품 및 요금제 경쟁과 더불어 보다 매력적인 단말 라인업을 확보하는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이통사들의 공격적인 5G 투자는 업계의 예상보다 빠른 5G 가입자 확보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북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는 5G 스마트폰 판매 확대라는 파급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올해 말 최초로 5G 아이폰을 선보일 애플은 여전히 미국 시장에서 최대의 스마트폰 업체로서 국내 업체의 미국 사업을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다. 특히 T-모바일과 Dish는 더욱 공격적으로 애플과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제 이동통신 서비스는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인프라로서, 개인과 가정을 넘어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융합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키(Key)가 되고 있다.
특히 5G 시대를 맞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T-모바일은 물론 Dish도 5G 서비스에 힘을 실어줄 것이기에 산업용 솔루션과 IoT, AI, 보안 등 연관 산업 전체에 걸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며, 국내 유관 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