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남매가 화장실 구석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찾으려고 애쓰던 모습이 미래에는 사라지게 될 것인가?
[애틀러스리뷰] 중국 1위 이동통신사이자 세계 최대의 가입자를 보유한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후베이성에서 10일 동안만 한시적으로 이용 가능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10위안으로 10GB 모바일 데이터 이용...가입 지역은 후베이성으로 한정
해당 요금제는 불과 10위안(약 1,700원)으로 10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으며, 후베이 지역의 가입자가 로그인 한 후에 요금제를 신청할 수 있다. 10GB의 데이터는 신청일 기준, 10일간 이용이 가능하며,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지되어 별도의 해지 신청을 할 필요는 없다. 중복 신청도 가능하지만, 유효기간은 10일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은 대중교통 제한을 넘어 시민의 외출을 통제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에 차이나모바일이 해당 지역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저가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이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공공재’ 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즉, 해당 지역 거주자들에게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여 모바일 인터넷이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자 핵심적인 사회적 인프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커지는 이통사의 역할, 가입자 위치 파악으로 전염병도 추적
이통사들은 데이터 요금제를 제공하는 것 외에 가입자들의 추적을 통해 이번과 같은 전염병을 파악하고 예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통사들도 이런 자신들의 역할을 이미 잘 인지하고 있다. 2007년 2월 개최되었던 MWC 2017에서 국내의 SKT와 KT를 포함해 도코모(Docomo), KDDI, 바티 에어텔(Bharti Airtel), 도이치텔레콤 (DT), 허치슨(Hutchison), 오렌지(Orange), 보다폰(Vodafone) 등 전세계 16개 이통사가 참여하는 ‘Big Data for Social Good’ 이니셔티브의 런칭이 발표된 것이다.
해당 이니셔티브가 중점을 두는 것은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등을 분석하는 것으로서, 예를 들어 의료 기관은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감염자의 이동경로 등을 통해 전염병 예방 등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통사들이 자사 가입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은 인구의 이동 경로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으로서, 전염병과 같은 비상 사태뿐 아니라 상권 분석과 여러 공공서 비스의 설계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요일과 시간대, 가입자의 성별과 나이대 등에 따른 인구이 이동경로를 파악하여 공공 시설 구축이나 대중교통 노선 개발 등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를 활용해 자연재해 시 대피할 수 있는 경로를 설정하기도 한다.
또한, 5G의 경우 고주파 대역을 사용하기에 기존의 이동통신 기술에 비해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역으로 보다 정교한 이용자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지니며, 5G 시대를 맞아 이통사들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다만,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사전에 더 고민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통신 서비스는 현대 사회의 기본 인프라...접근성 높일 방안 필요
이제 이동통신 서비스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용해야만 하는 필수재이다. 이로 인해 이통사들은 합리적인 데이터 요금제 제공과 가입자들의 위치 파악을 위한 공공서비스 연계를 통해 현대 사회에 있어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이 후베이성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저가의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 것도 바로 해당 지역의 거주민들에게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코로나 사태에 따른 사회적 격리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특히 5G 시대가 되면서 또 다시 이동통신 요금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존 LTE보다 최소 1만원 이상 인상된 고가의 요금제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민단체 측은 5G 서비스 출시 이전부터 이통사들이 새로운 통신 서비스 출시를 빌미로 통신요금을 인상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9년 2월 안진걸 민생연구소장은 “통신서비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이용한 특수사업”이라며, “통신이 대표적인 공공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적·사회적 견제와 균형적인 통제를 받아야 하는 만큼 통신 3사들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정부는 5G 요금제 인가 및 신고 절차에서 저렴하면서도 공평한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하고 국회는 보편요금제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기업 내부의 투자 비용이 지출되므로 비용 회수 및 이익 창출이 가능한 요금제 정책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즉,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의 '공공재'적인 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며, 이통사들은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민간기업으로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요금제 설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기업이 소비자들이 통신사에게 지출한 비용만큼의 가치와 만족, 그 이상의 만족감과 재미, 기쁨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향후 더 많은 사물과 사람들이 연결될 미래 사회를 위해 각 기업들은 통신을 통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작 및 발전시킬 것이며, 많은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에 투자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업과 사용자들을 동시에 생각하면 '통신은 민간재인가 공공재인가?' 라는 질문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문득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화장실 한 구석에서 와이파이를 잡아보려고 아둥바둥 애쓰는 남매의 모습이다. '전국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라는 상상과 함께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