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피커 통한 가정 공략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기반 개인시장 공략
삼성전자와의 협력 확대 여부도 관심사
[애틀러스리뷰]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비서 시장은 국가마다 경쟁구도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시장을 개척한 아마존과 후발주자인 구글의 양강 체제가 자리를 잡은 반면, 중국은 바이두, 샤오미, 알리바바의 3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미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IT 기업과 단말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라는 통신사업자가 유무선 통신시장 및 IPTV 시장을 기반으로 기존의 영업력을 활용하고 적극적인 번들링 전략을 펼침으로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온라인 서비스 지배력을 기반으로 추격 중이며, ‘빅스비’를 앞세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구글 역시 구글홈을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경쟁에 참여했다.
즉, 국내의 AI 음성비서 시장은 한정된 시장 규모 하에서 다양한 업종의 여러 업체들이 아직 확실한 승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T전화에 AI 음성비서 ‘누구’ 결합 추진
SK텔레콤이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비서 ‘누구(NUGU)’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음성만으로 스마트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제어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AI스피커와 자동차 내비게이션 영역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통신사 강점을 살려 모바일에 본격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자사의 대표적인 통화 플랫폼 ‘T전화’에 AI를 결합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T전화를 AI서비스단에 합류시킨 바 있다.
현재 T전화는 전국 200만여 개 업체 연락처와 직접 연동된 T114를 비롯해 통화 자동녹음, 스팸전화를 걸러주는 안심통화, 해외로밍 등 통화 관련 핵심 서비스가 통합되어 제공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전화의 가입자는 1,500만 명, 하루 이용자는 1,000만 명에 달한다.
SK텔레콤이 T전화에 누구를 통합하게 될 경우 음성 명령을 통해 연락처 관리와 발신자 추적, 스팸 차단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향후 카카오톡이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FLO) 등 다양한 앱과 연동시킬 수 있게 된다.
실제로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은 지난 1월 초의 CES 2020에서 한국 기업들의 협력을 강조하며 삼성전자와 카카오에 초협력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높은 단계에서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누구를 통한 카카오톡 통합은 물론 카카오의 AI 기반 서비스에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와 기능이 통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정에서 벗어나 개인 시장을 공략
SK텔레콤의 AI 음성비서는 가정을 중심으로 제공되었다. 2016년 9월 처음 출시된 스마트 스피커 ‘누구’ 이후 보다 소형의 ‘누구 미니’, 무드등이 결합된 ‘누구 캔들’, 그리고 B tv의 셋톱박스 기반 ‘B tv x NUGI AI’가 연이어 발표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SK텔레콤이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인 T맵에 이어 T전화에도 누구를 탑재할 계획을 발표한 것은 AI 비서 사업을 가정을 넘어 ‘개인’ 영역으로 본격 확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지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하에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아직 한국은 관련 단말 및 서비스 생태계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업계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향후의 시장성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SK텔레콤은 국내 최대의 이통사이자 스마트폰 유통 채널이라는 강점을 AI 음성비서 사업에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 단위로 AI 음성비서 사업을 확대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구글과 애플 등 모바일 플랫폼 업체나 단말업체(삼성)에 비해 AI 비서를 보급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라는 점에서 OS 자체에 시리(Siri)와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통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자사 단말에 빅스비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6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반면, SK텔레콤은 OS나 단말의 기본 기능에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에 SK텔레콤이 유통하는 단말에 탑재되고 있으며 이미 여러 기능 보완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T전화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모바일 부문에 대한 공략 방식을 벤치마킹
이 같은 전략은 아마존이 취하고 있는 전략과 유사하다. 아마존은 ‘에코’라는 스마트 스피커 제품군을 통해 가정 영역에서는 확고한 입지를 굳히는데 성공했지만, 스마트폰이 중심이 되는 모바일 영역에서는 자사의 AI 음성비서 알렉사를 보급시키는 데 약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마존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자체 스마트폰 ‘파이어폰’은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으며, 아마존은 결국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알렉사 보급에 활용하는 전략으로 선회했으며, 실제로 아마존 쇼핑앱 등 자사의 여러 인기 모바일앱에 알렉사를 통합하고 있는 중이다.
SK텔레콤은 T전화의 강점을 살려 음성통화나 문자 등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누구를 통해 제어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되, 향후 점차 기능을 늘려 홈단말 제어나 오디오 콘텐츠 영역으로 확대할 것임은 당연하다.
스마트폰 기반의 개인비서 시장은 3파전 양상에 돌입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이 스마트폰에서 누구를 제공하게 될 경우 삼성전자의 빅스비 및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 3개의 개인비서가 본격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
물론,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협력한다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스마트폰에의 누구 기본탑재 수준인지, 아니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협력처럼 빅스비와 누구 자체의 상호 연동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SK텔레콤 입장에서는 T전화에 누구를 통합하덜도 삼성전자와 협력을 할 수 밖에 없다. 별도의 앱 실행 없이 음성 호출어만으로 실행이 가능한 빅스비 및 구글 어시스턴트와 달리 누구는 SK텔레콤의 앱을 실행시킨 이후에 음성 명령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의 대기상태에서 별도의 앱 실행 없이 바로 호출어를 통해 누구를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히어러블 단말과의 결합 추진 여부도 관심사
한편, SK텔레콤이 AI 비서 사업을 확대하면서 개인, 그리고 모바일 영역으로 진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최근 AI비서 업계의 또 다른 경쟁영역이 되고 있는 히어러블 단말과 관련된 발표도 기대된다.
스마트폰을 들거나 켜지 않아도 TWS(완전무선이어폰)를 통해 바로 호출어를 말해 개인비서를 작동시키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애플에 이어 구글과 아마존,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자체 개발한 TWS를 통해 AI 음성비서의 이용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히어러블 단말을 착용한 상황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음성으로 여러 서비스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AI 비서 플랫폼 제공업체는 자사의 타 서비스 이용을 견인할 수 있게 된다.
이에 SK텔레콤이 자체 브랜드의 히어러블 단말을 출시하거나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에 누구를 연동하는 기능의 탑재도 충분히 논의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