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자체보다 융합형 미디어 사업 위한 초석일수도
[애틀러스리뷰] 페이스북이 스페인 소재의 클라우드 게임 스타트업 ‘플레이기가(PlayGiga)’를 인수했다. 이 사실은 스페인의 경제신문인 킨도 디아스(Cinco Días)가 처음 보도한 것인데, 이후 페이스북은 인수 사실을 인정했다. 페이스북이 플레이가가를 인수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략 7,000만 유로를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엔비디아 등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시장에서 또 다른 사업자다 등장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참여로 기대감 고조
클라우드 게임은 게이머 단말에는 게임 화면만 스트리밍해 보여주고 게임 플레이를 위한 실질적인 구동은 원격지의 서버에서 이루어지는 형태의 서비스로서,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임 유저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스크린이 존재하며, 터치스크린이나 별도의 액세서리 등 입력을 위한 수단이 지원되는 단말만 있으면 화려한 그래픽의 고사양 게임을 다운로드 없이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으며, 모바일-PC-TV 등 기기를 넘나드는 게임 플레이도 가능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클라우드 게임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게임 제작사들의 경우 특정 단말로 국한됐던 서비스 제공 대상을 넓힘으로써 ‘OSMU(one-source, multi-use)’를 실현할 수 있으며, 게임콘솔 등의 플랫폼 업체들도 잠재고객 확대뿐 아니라 월정액 가입모델 등을 도입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 측면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
특히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게임 콘텐츠의 소비 행태가 ‘일회성 구매’에서 ‘정기 가입’ 형태로 전환될 경우 해당 업체들은 정기적인 수입뿐 아니라 고객의 게임관련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같은 클라우드 게임의 개념이 최근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업체들에 의해 시도된 바 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당시 클라우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인 통신 환경이 불안정했으며, 인기 게임 개발사 등이 수익성 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클라우드 게임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나우’와 엔비디아(Nvidia)의 ‘지포스 나우(GeForce Now)’ 등이 제공되고 있는데, 이 외의 몇몇 게임 업체들도 스트리밍 게임에 대한 투자를 다시 늘리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 ICT 업계의 거대 기업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하면서 기대감이 더욱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네트워크 환경도 이제 충분히 발전했으며, 현재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시장의 거물이라는 점도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구글은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자사의 클라우드 게임인 ‘스타디아(Stadia)’를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11월 19일, 미국과 영국 등 14개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보다 앞선 지난 해 10월 블로그를 통해 게임 스트리밍 기술인 ‘프로젝트 엑스 클라우드’를 공개했고 이후 올해 3월 13일 생중계로 진행한 ‘Xbox inside’에서의 시연을 거쳐, 10월부터는 안드로이드 OS기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프리뷰(preview) 서비스를 진행했다. 향후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시장 반응을 살피면서, 게임 라인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페이스북의 참여, 융합형 미디어 사업을 위한 발판 다지기
페이스북이 인수한 플레이기가는 2013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며, 유럽과 중동 지역 일부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인수 사실이 공개되기 이전에 페이스북에의 피인수에 대해 암시하는 글을 공개한 바 있는데, “클라우드 게임 사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며, 플레이기가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희망하는 업체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인기 VR 게임 개발사인 ‘비트 게임즈(Beat Games)’를 인수한 데 이어, 다시 한번 게임 분야로의 확장을 선언한 셈이다. ‘페이스북 게이밍(Facebook Gaming)’으로 아마존의 ‘트위치(Twitch)’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믹서(Mixer)’ 등 실시간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분야에 대응하는데 머물지 않고, 클라우드 게임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플레이기가가 인기 게임 개발이나 퍼블리싱 자체보다는 이동통신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제공과 운영 분야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업체라는 점이다. 플레이가가는 인텔의 비주얼 클라우드(Visual Cloud) 플랫폼을 사용하여 통신사용자용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을 개발하고,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클라우드 게임 기술 개발 분야에서 통신사업자와 협력해 왔다.
이는 페이스북이 게임 개발 업체가 아니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운영 업체를 인수한 것임을 의미할 수 있다.
구글 스타디아가 런칭 초기부터 ‘입력 지연(input latency)’ 등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실패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서는 인기 게임 타이틀을 확보 등 콘텐츠 확보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환경과 서비스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 초반 사업 성패의 관건으로 판단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페이스북은 이번 인수를 통해서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노하우와 ‘서비스로서의 게임(gaming-as-a-service)’ 플랫폼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인기 게임 라인업과 자체 플랫폼 확보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사업 접근 방식과 다소 차이가 있는 전략적 접근 방법이라는 점에서, 향후 어떤 결과와 시장 파급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5G 기반 모바일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운영 역량이 게임에만 그치지 않고, 동영상, VR, AR 등 다양한 인접 스트리밍 서비스 영역에도 접목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5G 상용화 시대를 맞아 본격화되고 있는 모바일 스트리밍 분야에서 종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각국 주요 통신사업자들과의 협력에 나서거나, 글로벌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영상-음악-게임-VR/AR 등이 융복합된 리치 미디어 서비스 사업 본격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게임 시장 하나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