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이통사별로 가격, 데이터 한도 등에서 차이 존재
최고 다운로드 속도 기준 5G 요금제도 등장
[애틀러스리뷰] 2019년은 5G 서비스의 원년이다. 지난 4월 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미국과 유럽, 중국의 일부 이통사들이 공식적으로 5G 서비스를 런칭했다. 그리고 각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5G 요금제도 국가와 지역, 이통사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주요 이통사들의 요금제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았다.
미국 이통사들, 4G 통합형 무제한 요금제 도입…부가 서비스 제공 강조
기존의 4G와 별도로 5G 요금제를 제공하는 국내 이통사들과 달리 미국 이통사들은 4G와 5G에 대해 각각의 요금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형 요금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4G 무제한 요금제와 동일한 수준 또는 약간의 추가비용을 통해 5G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Verizon)은 총 4종의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하는데, 비용에 따라 속도제한없이 제공되는 데이터 한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월 80달러의 ‘Play More Unlimited’ 요금제의 경우 음성과 문자, 데이터 모두 무제한으로 제공되지만 월 25GB의 데이터까지 속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속도가 제한된다. 또한 모바일 핫스팟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15GB로 제한된다.
그러나 여기에 월 10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면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5G에서는 속도제한 없이 말 그대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AT&T와 스프린트(Sprint) 역시 버라이즌과 유사한 형태의 요금제이지만, 5G를 위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 다만, 일정 데이터 한도를 이용한 후에는 속도가 제한된다.
미국 이통사들의 경우 미디어 서비스 번들링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버라이즌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애플뮤직 서비스 6개월,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의 1년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AT&T는 월 85달러의 ‘Unlimited Elite’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HBO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스프린트 역시 월 80달러의 ‘Sprint Unlimited Premium’ 가입자에게 훌루, 타이달, 아마존 프라임 등의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한다.
중국 차이나 모바일, 타국 이통사 대비 이용료 저렴
11월 1일 5G 서비스를 공식 런칭한 차이나 모바일의 요금제는 타 국가의 이통사에 비해 저렴한 요금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제공되지 않으며, 데이터 한도에 따라 차등화된 5종의 5G 요금제를 제공한다.
가장 저렴한 월 128위안(18$)의 요금제는 월 데이터 이용한도가 30GB이며, 월 198위안(29$) 요금제는 60GB의 월 데이터 이용한도를 제공한다. 가장 고가인 월 598위안(85$) 요금제는 데이터 한도가 한달 기준 300GB이다.
차이나 모바일의 5G 요금제는 최저가 기준 월 18달러로 매우 저렴하며, 최대 이용 데이터는 월 30GB로 요금 대비 데이터 용량은 다른 주요 글로벌 이통사에 비해 우월하다. 그러나 최대 속도가 300Mbps로 제한되어 속도 측면에서는 에서는 다소 열위를 보인다.
유럽 보다폰과 엘리사, 속도에 따라 차등화된 요금제 도입
유럽에서도 핀란드와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5G 서비스가 시작되었는데, 한국/미국/중국과는 다른 형태의 요금제를 도입해 주목된다. 바로 속도에 따라 차등화되는 요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폰의 경우 당초 3종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제공했다. 가장 저렴한 월 23유로의 ‘Unlimited Lite’ 요금제는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지만 최대 속도가 2Mbps로 제한된다. 월 26유로인 ‘Unlimited’ 요금제는 속도가 10Mbps로 제한되며, 월 30유로인 ‘Unlimited Max’의 경우 별도의 속도 제한이 없다. 그리고 5G는 ‘Unlimited Max’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 이통사인 엘리사(Elisa) 역시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속도에 따라 차등화된 5G 요금제를 선보였다. 월 31.9유로에 제공되는 ‘Saunalahti Carefree 5G 300M’ 요금제는 최대 속도가 300Mbps이며, 월 39.9유로의 ‘Saunalahti Carefree 5G 600M’ 요금제는 최대 속도가 600Mbps이다. 가장 고가인 ‘Saunalahti Carefree 5G 1000M’는 최대 속도가 1Gbps이다.
지연속도에 따른 요금제 등장도 가능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한국의 경우 구체적인 데이터 제공량과 요금 수준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요금제의 기본 프레임웍은 4G와 동일하며, 미국과 중국 이통사들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4G와 유사한 형태의 요금제가 제공된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것처럼 초고속, 초저지연, 초접속이라는 5G의 특성에 따라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속도에 따라 차등화된 요금제를 제공하는 엘리사에 앞서 미국의 AT&T 역시 지난 4월 말 2022년까지 속도에 따라 차등화되는 5G 요금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요금제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그리고 엘리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지연시간(latency)에 따른 요금제를 도입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통사가 네트워크의 지연시간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으로, 낮은 지연시간은 5G의 최대 특징 중 하나이다. 스마트 공장, 원격수슬, 자동차 등이 5G의 초저지연성을 활용하는 대표적 영역인데, 향후 엘리사가 가상현실이나 혼합현실, 기타 통신 등이 보다 원활하게 제공되도록 하고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시도들은 오랜기간 유지되어온 이동통신 요금제 프레임웍이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돌입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이제 데이터 제공량이 아닌 QoS(Quality of Service)가 요금제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5G가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통해 다양한 산업별 니즈를 충족시키고 세분화된 수직시장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변화로 볼 수도 있다. 실시간성이 중요한 자율주행이나 원격 조작 등의 경우 엄격한 다운로드 속도와 지연시간을 제공하고 그에 맞는 추가 요금을 받는 형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반면, 실시간성이 중요하지 않은 일부 IoT 영역의 경우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여 업계의 도입을 확대할 수 있다.
동일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라도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업체에게 응용 서비스에 더 최적화된 QoS를 보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업계의 반발이 클 수 있으며, 망중립성 문제도 연관되기에 추진하기가 쉽지는 않을 수 있다.
한편, 5G가 다양한 산업군과 서비스에 최적화된 QoS와 요금제를 제공하게 되면서 요금 지급주체의 변화가 생길지 여부, 즉 제로레이팅이나 스폰서 요금제가 확산될 것인가도 향후 주목해야 할 이슈 중 하나이다. 5G로 인해 상당 수의 B2B2C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이 최종 고객의 데이터 이용료를 대납해주는 것이 정당한 마케팅 활동인지, 아니면 망중립성에 저해되는 것인지에 대한 규제 기관의 판단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