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러스리뷰] OTT 서비스에서 키즈용 콘텐츠는 자녀가 있는 가정의 가입을 유도할 뿐 아니라 아이들의 반복 시청을 통해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에 치열한 OTT 서비스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기존 업체들뿐 아니라 새롭게 경쟁에 참여하는 업체들 모두 키즈용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애플, 인기 캐릭터/작품 기반의 오리지널 키즈 콘텐츠 강조

11월 1일 정식 런칭된 애플의 OTT 서비스인 ‘애플TV+’에도 키즈용 교육 콘텐츠가 강조되고 있다. 애플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가입자를 확대하려는 디즈니+와의 경쟁에 대비해 콘텐츠 제공량을 늘려 나가야 하는 입장인데, 애플 역시 키즈용 교육 프로그램 시리즈 유통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강조하는 것은, 애플도 해당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애플이 강조하는 키즈용 콘텐츠는 지난 9월말 티저 영상을 통해 공개한 △ 스누피인스페이스(Snoopy in Space, 이하 스누피), △ 헬프스터즈(Helpsters), △ 유령작가(Ghostwriter) 등 3편이 대표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스누피가 우주비행사로 훈련을 받는 모습이 그려진 스누피인스페이스는 애니메이션으로 제공되며, 세서미 스트리트 제작진이 작업한 헬프스터즈는 문제 해결 과정을 그린 교육용 콘텐츠이다.

유령작가는 신비로운 유령에 이끌려 동네 서점에서 만나게 된 4명의 아이들이 책 속의 등장 인물들을 문학 작품 속에서 현실 세계로 꺼내기 위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활약을 그린 어린이 대상 실사 시리즈물이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지난 해 6월 세서미 워크샵과 키즈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제휴를 체결하면서, 이미 HBO에 제공되고 있던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외한 키즈용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애플은 헬프스터즈나 스누피인스페이스처럼 기존 인기 키즈 콘텐츠의 캐릭터나 기본적인 포맷은 차용하면서도 기존에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스토리와 감성의 오리지널 키즈 콘텐츠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키즈용 콘텐츠 제작사 인수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박차

키즈/교육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점은 디즈니+나 애플TV+와 같은 신규 SVoD 서비스 업체들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처럼 이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선발 업체이거나, CBS처럼 이미 OTT 서비스를 상당 기간 제공해 오고 있는 소위 올드 미디어(old media)들도 최근 키즈 콘텐츠 확보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다양한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새로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키즈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OTT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대조적이다. 디즈니+는 디즈니가 그간 쌓아온 콘텐츠 라이브러리 측면에서도 막강하지만, 넷플릭스에 비해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SVoD 서비스라고 인식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디즈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인물 중심의 서비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에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키즈 콘텐츠 확보는 단순히 가입자 방어를 위한 방안이 아니라 향후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워너미디어처럼 타 업체가 제작한 기존의 인기 콘텐츠를 독점 유통하거나, 애플처럼 인기 콘텐츠의 포맷을 기반으로 새롭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키즈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초 아동 전문 미디어 업체인 ‘스토리봇츠(StoryBots)’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스토리봇츠는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업체로서, 구체적인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스토리봇츠는 2016년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공개되어 시즌3까지 개봉된 아동용 애니메이션 ‘스토리봇에게 물어보세요(Ask the StoryBots)’를 제작한 업체이다. 인수 발표 당시 스토리봇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Evan Spiridellis와 Gregg Spiridellis는 넷플릭스와 협력하여 전세계 아동과 가족을 겨냥한 교육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는 향후 스토리봇츠가 넷플릭스를 위해 보다 다양한 형태의 아동용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가 키즈용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한 것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진 넷플릭스에 대한 콘텐츠 업계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했던 업체들이 직접 OTT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따라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유통 계약을 더 확대하는 한편, 직접 산하의 제작사를 통해 독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의도이다. 그리고 스토리봇의 인수는 넷플릭스가 기존 콘텐츠 전략의 기조에 변경을 가할 정도로 키즈용 교육 콘텐츠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CBS, NBC유니버설, 투비도 키즈 시장 공략에 합류

CBS All Access 라는 자체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CBS는 지난 8월 2/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키즈 콘텐츠 강화 전략을 발표하는 등 최근 키즈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CBS는 이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 1,000편의 키즈 콘텐츠를 추가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사와의 협력을 통해 CBS All Access에서 제공될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캐나다의 ‘DHX 미디어’ 및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Sony Pictures Animation)과 팀을 이루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의 신규 시즌을 제작하고, 토론토 소재 보트 로커 스튜디오(Boat Rocker Studio) 및 BBC와 오리지널 콘텐츠 ‘위험한 마우스(Danager Mouse)’ 시리즈를 공동 제작할 계획이다.

내년 4월에 자체 OTT 서비스 ‘피콕(Peacock)’를 선보일 예정인 NBC유니버설(이하 NBCU)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보유하고 있는 키즈 콘텐츠 분야의 강자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피콕에 탑재될 키즈/교육 관련 콘텐츠 전략이 공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 6월부터 아동용 실시간 채널용인 ‘유니버설 키즈(Universal Kids)’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또한 NBCU가 인기 드라마 ‘더 오피스’의 피콕 제공 및 리부트 시리즈의 제작 검토 등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제작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키즈/교육 콘텐츠 영역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 플랫폼을 유니버설 키즈에서 피콕으로 이동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키즈 콘텐츠 확보에 SVoD 사업자들만 나서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광고 기반 OTT(AVoD) 업체인 투비(Tubi)는 10월 21부터 키즈 전용 AVoD 서비스인 ‘투비 키즈(Tubi Kids)’를 런칭한다고 발표했다.

투비 키즈에는 5천 시간 이상 분량의 키즈/교육용 컨텐츠가 제공되며, ‘드래곤 길들이기3(How to Train Your Dragon: The Hidden World)’, ‘빅(Norm of the North)’,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Out of the Shadows)’ 등 1,200개 이상의 가족 영화와 TV 시리즈가 포함된다.